춤추는 틱톡 인수전…MS 불발에 오라클과는 '기술협력' 추진(종합3보)

입력 2020-09-14 17:26
춤추는 틱톡 인수전…MS 불발에 오라클과는 '기술협력' 추진(종합3보)

오라클 인수 유력설 후 중국서 "매각 안해" 보도

로이터 "매각 대신 오라클과 파트너십 추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권혜진 기자 =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의 미국 내 사업 인수전에서 오라클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승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협상 타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들은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완전 매각 대신 오라클과의 기술 협력을 제안했으며, 오라클이 미국내 틱톡의 데이터를 관리하며 지분을 사들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해 인수전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 기한으로 제시한 시점은 오는 15일이다.

◇바이트댄스, 미 매각사업 중단…오라클과 기술 협력 추진?

이날 미 언론들은 당초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틱톡의 미 사업 인수전에서 오라클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라클이 미국에서 틱톡의 "신뢰하는 기술 파트너"로 선정된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며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도 오라클이 MS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막판까지 유력 인수 후보로 손꼽혔던 MS가 성명을 내고 바이트댄스로부터 틱톡을 MS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오라클의 인수가 기정사실로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중국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서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댄스가 MS 외에 오라클에도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경보(新京報) 역시 웨이보 계정을 통해 낸 짧은 기사에서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張一鳴) CEO는 여전히 회사가 세계적 발전을 계속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틱톡 미국 사업을 팔지 않도록 하는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트댄스, 오라클과 협력해 미 규제 피하고 중국에는 유화메시지

중국 언론 보도 직후 로이터통신은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을 포기하고, 오라클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미국의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중국에는 유화정책을 펼치려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해당 업체들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소식통들은 바이트댄스의 최신 제안을 보면 오라클은 바이트댄스의 기술 파트너로서 틱톡 미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오라클은 틱톡의 미 사업에 있어서 지분 확보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바이트댄스가 여전히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보유한 가운데 오라클이 일정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다소 복잡한 형태의 협력관계를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바이트댄스는 이에 앞서 틱톡을 매각하더라도 핵심 알고리즘은 매각이나 이전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틱톡을 자동차에, 알고리즘을 엔진에 비유하며 "자동차는 팔아도 엔진은 팔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회사는 소스코드를 그 어떤 미국 매수자에게도 넘겨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관계자도 오라클과의 협상은 틱톡의 "완전 매각이라기보다는 기업 구조조정에 더욱 가까운 좁은 범위"라고 말했다.

틱톡 매각 협상은 중국 정부가 지난달 수출 규제안을 새롭게 발표한 이후 사실상 교착상태였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을 명령하자 중국 정부는 2주 전 주요 기술은 수출 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도입했다. 사실상 틱톡의 핵심 알고리즘은 해외 업체에 넘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보도에서 중국은 틱톡을 강제로 매각하느니 미국에서 틱톡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 수용할까…2년전 중국 투자기업의 미 보험사 인수 때는 승인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 기업이 틱톡의 미국 사업 대부분을 소유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이런 조건에서의 거래를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이 중국 정부에 개인정보를 유출한다는 의혹을 줄곧 제기하며 매각을 압박해왔다.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바이트댄스와 오라클 간의 협상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험은 없는지를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바이트댄스는 2년 전 중국 투자기업 오션와이드 홀딩스 그룹(中國泛海控股集團)이 미 생명보험사 젠워스파이낸셜을 인수할 때 CFIUS가 이런 방식을 승인해준 선례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당시 오션와이드 홀딩스는 미국의 제3 업체가 젠워스 보험계약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트댄스 측의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틱톡 매각 가능성은 사라지고, 미 정부가 매각 기한으로 제시한 15일 이후 미국 사용자들은 더는 이 앱을 이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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