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코로나19 청정대륙 남극…"일상생활 자유 만끽"
해 안 뜨는 겨울 수개월간 외부와 격리…봄 교대인력 오면 시험대
평소 으르렁대던 미국·중국·러시아도 팀워크 이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구상 마지막 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대륙은 남극이다.
이곳에선 오래전부터 몸에 밴 손 씻기 습관과 관광객 차단 등의 방역 조치 외에도 남반구 겨울철 기지 외부세계와 단절된 덕분에 아직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지 않는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남극에는 현재 과학자를 포함해 1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얼음 위에서 겨울을 난 끝에 수주 혹은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해를 보고 있다.
봄이 다가옴에 따라 새로 남극에 들어오는 동료들이 바이러스를 가져오지 않도록 글로벌 차원의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남극 생활은 긴 고립과 자기 의존, 심리적 긴장이 일상이었다. 전 세계 다른 지역은 이들의 삶을 매혹적이지만 극단적인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시대가 바뀌었다.
영국 남극 과학기지 로세라 연구소의 롭 테일러 필드 가이드는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제공된 자유는 록다운(봉쇄령) 한가운데 있는 영국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곳에 와서 팬데믹(세게적 대유행)을 피했다.
이어 "우리는 스키도 타고 보통처럼 어울리며 달리고 헬스장도 이용한다"면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 본 적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테일러와 26명의 동료는 다른 남극 대원들처럼 원격 통신 환경에 능숙하다. 그들은 교대로 요리하고 기상 관측을 하며 바느질도 한다. 인터넷 접속 환경도 좋아 팬데믹이 지구의 다른 지역을 휩쓰는 것을 면밀히 지켜봤다.
뉴질랜드 스콧기지에서는 다른 남극 기지와의 미니골프 라운드, 영화 만들기 대회 등이 겨울철 하이라이트였다.
남반구의 겨울은 스콧기지 팀이 지난 11일 해를 관측하면서 끝났다.
의사이자 스콧팀의 겨울철 리더인 로리 오코너는 팬데믹을 멀리 남극에서 떨어져 지켜보는 것과 관련해 "약간의 인식적 분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그것이 틀림없이 일으키고 있는 정서적 혼란은 완전히 체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에 있는 그의 가족은 아직도 그와 입장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그들은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몇 달 간 암흑천지이고 소수의 사람들과 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가족들이 보기에) 뭔 기쁨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별세계 같은 남극 기지도 계속 코로나19 안전지대로 남을 수 있을지는 곧 다가오는 봄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코너는 동료들이 이르면 14일 도착하면 바이러스에 대해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m의 눈더미를 퍼부은 거대한 폭풍 때문에 당초 일정 대비 몇 주간 도착이 늦어졌다.
오코너는 어떤 바이러스 확진 사례도 비상대응을 촉발할 것이며, 이들에 대해 난방·물·전기·음식만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남극 국가별 프로그램 운영 협의회를 구성하는 30개국은 일찍이 바이러스를 몰아내기 위해 한 팀을 이뤘다.
관리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곳에서는 외교적 갈등에 휘말렸을 국가 간에도 독특한 팀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당초 하계 팀의 3분의 1만 보내기로 하는 등 각국이 남극 기지 파견 인원을 줄이거나 내년 또는 2022년까지 연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남극 지원 국장인 니쉬 데바눈산은 "각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는 누가 바이러스를 (남극에) 가져왔는지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라고 설명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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