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적 구명운동에도 레슬링스타 결국 처형(종합)

입력 2020-09-12 23:16
이란, 국제적 구명운동에도 레슬링스타 결국 처형(종합)

고의 살인 혐의받아…"반정부 시위 참가 보복성 사형" 비판 여론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 국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유명 레슬링 선수 나비드 아프카리(27)가 살인 혐의로 처형됐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영방송은 피해자의 유족이 확정된 사형을 집행해 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함에 따라 그가 종교적 관용을 받지 못하고 이날 오전 교수형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이란 사법부는 아프카리가 남동생 2명과 공모해 공기업 경비원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남동생 2명에겐 각각 징역 54년과 27년이 선고됐다.

그의 사형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의 네티즌들은 그가 2018년 1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누명을 씌워 보복성 판결을 내렸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구명 운동을 벌였다.

SNS에는 '#나비드를 살려달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했고 사형을 반대하는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 외국의 유명 레슬링 선수들도 사형 선고가 부당하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석방을 요청했다.

그의 가족은 면회하면서 몰래 녹음한 음성파일을 근거로 이란 당국이 심하게 고문해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일 트윗을 통해 "이란의 지도자들에게. 이 젊은이(아프가리)의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목숨을 살려준다면 대단히 고맙겠소"라고 거들었다.

미국 국무부도 3일 낸 성명에서 "미국은 아프카리에게 사형을 선고해버린 이란 정권에 대한 전 세계적 분노에 동참한다. 2018년 평화 시위에 참여한 그는 고문을 받은 끝에 허위로 자백했다"라고 비난했다.

이란 사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 뒤 9일 만에 사형을 집행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이란 보수 성향 매체 타스님뉴스는 "트럼프는 가혹한 제재로 이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목숨을 위험에 몰아놓고서 살인자의 생명을 걱정한다"라고 비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의 사형 집행 뒤 낸 성명에서 "매우 충격적이다'라며 "국제적으로 구명 운동을 벌였으나 처형을 막지 못해 깊이 실망한다"라고 밝혔다.

외부의 의혹 제기에 이란 사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사법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18년 8월 1일 밤 이란 중부 시라즈 시내에서 동생이 모는 오토바이를 타고 한 공무원을 쫓아가 뒤에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2018년 8월에도 시라즈에서 반정부 시위가 소규모로 벌어졌다.

이 범행 후 장소를 옮겨 다른 이를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게 사법부의 설명이다. 살해 동기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사법부는 또 이들 형제가 2018년 1월 전국적으로 발발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경찰에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고 시위 중 벌어진 약탈에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인의 입회 아래 조사가 진행됐고, 아프카리가 고문 여부를 밝히는 법의학적 검증을 거부했다"라고 부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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