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구속' 프로게이머, 결국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 해지

입력 2020-09-11 11:15
수정 2020-09-11 11:20
'성추행 구속' 프로게이머, 결국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 해지

게임단 측 "선수 말만 듣고 사안 심각성 못 살폈다…재발 방지 약속"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e스포츠 팀 오즈 게이밍(OZ Gaming)이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윤태인(20) 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11일 오즈 게이밍은 공식 채널을 통해 "구단 표준계약서에 성범죄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으며, 이에 따라 유죄가 판결된 윤태인 선수와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윤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윤씨는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신체를 만지고는 피해자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다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스킨십을 거절한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하게 했음에도 잠든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며 "추행한 정도도 가볍지 않으며, 그 이후에 피해자에게 가해진 2차 피해 정도가 다른 사건에 비해 특히 더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윤씨는 올해 e스포츠계에 도입된 표준계약서에 따라 성범죄 가해로 계약이 자동 해지된 첫 사례로 알려졌다.



e스포츠계는 지난해 청소년 부당 계약 폭로 사건을 겪고는 올해 민관이 차례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는데, 표준계약서에는 선수가 성범죄·음주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게임단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오즈 게이밍 측은 "더 세심하게 해당 사건에 대해 살펴보지 못한 채 선수 말만 믿고 미리 조치하지 못한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다"며 e스포츠 팬들에게 사과했다.

오즈 게이밍은 지난해 윤씨의 성추행 혐의를 인지하고도 윤씨와 계약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북미 오버워치 팀 '메타 스카이폭스'의 경우 윤씨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그를 방출했다.

오즈 게이밍 측은 "선수 말만 듣고 교제 중 오해로 인해 발생한 분쟁 사건으로 인지해 사안의 심각성을 살피지 못했다"며 "내부 검증 절차를 강화해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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