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경찰 과잉제압' 사망에 분노…격렬시위 속 10명 숨져(종합)
경찰, '제발 그만' 외침에도 테이저건 계속 쏴…40대 남성 사망
성난 시위대 경찰서로 몰려가 시위…경찰·시민 수백 명 부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에서 40대 남성을 숨지게 한 경찰 과잉제압에 대한 분노가 격렬한 시위로 이어지며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밤 사이 수도 보고타 등지에서 벌어진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면서 모두 1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신원이 밝혀진 사망자들은 대부분 시위 현장을 지나다가 누군가가 쏜 총에 맞은 시민들이었다.
클라우디아 로페스 보고타 시장은 사망자 중 7명이 보고타에서 나왔으며,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시장은 또 경찰관 114명을 포함해 32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시위는 10일 날이 밝으며 다소 진정됐으나 오후가 되자 보고타와 메데인, 칼리 등에서 다시 시위가 시작됐다.
격렬한 시위의 발단은 경찰의 제압 과정에서 발생한 44세 하비에르 오르도녜스의 죽음이었다.
변호사지만 생계를 위해 택시를 운전하던 두 아이의 아빠 오르도녜스는 지난 8일 밤 보고타에서 친구들과 거리를 지나다 경찰관 2명과 맞닥뜨렸다.
당시 경찰은 오르도녜스 일행이 규정을 어기고 거리에서 술을 마셨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족들은 그가 친구들과 집에서 맥주를 마신 후 술을 더 사기 위해 집밖에 나선 길이였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오르도녜스의 친구가 찍어 인터넷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경찰들은 그를 바닥에 눕혀 거칠게 제압했다.
영상 속에서 오르도녜스는 별다른 저항 없이 금세 제압됐지만, 경찰은 "제발 이제 그만"이라는 오르도녜스의 계속된 외침에도 반복적으로 테이저건을 쐈다.
경찰서로 끌려간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몇 시간 후 숨졌다. 유족은 경찰서에서도 폭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가 경찰관을 공격해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미 제압된 오르도녜스에게 수 차례 테이저건을 쏘는 영상은 공분을 자아냈다.
시위대는 9일 경찰서로 몰려가 "살인자"라고 외치며 경찰서 건물과 경찰 차량 등을 공격했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1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경찰서와 지구대 수십 곳이 공격을 받았으며 경찰 차량과 시내버스 수십 대가 불에 타거나 파손됐다고 전했다.
오르도녜스 사망 직후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비판했던 로페스 보고타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경찰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우 잘 알지만, 보고타를 파괴하는 것으론 경찰을 고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반복되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도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나 대책이 없는데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당시에도 18세 딜란 크루스가 경찰이 쏜 발사체에 맞아 숨지면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어진 바 있다.
보고타 로스안데스대학의 산드라 보르다는 트위터에 "딜란의 사건은 (민간법원이 아닌) 군법원으로 갔다. 거기서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번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