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프로게이머 성추행 구속…표준계약서로 방출 첫 사례될 듯

입력 2020-09-10 15:10
수정 2020-09-10 17:07
현직 프로게이머 성추행 구속…표준계약서로 방출 첫 사례될 듯

올해 라이엇게임즈 표준계약서 도입되면서 선수 사회적 책임 강화

"북미 팀은 의혹 제기 때 방출했는데 한국 팀은 영입"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프리'(FR3E·닉네임) 윤태인(20) 씨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정 구속됐다.

e스포츠계가 올해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 프로게이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 규정에 따라 계약이 해지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10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프로게이머 윤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면서 법정구속했다.

e스포츠계에 따르면 윤씨는 e스포츠팀 '오즈 게이밍'(OZ Gaming) 소속 '오버워치' 현직 선수 겸 코치다.

윤씨는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신체를 만지고는 피해자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다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스킨십을 거절한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하게 했음에도 잠든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며 "추행한 정도도 가볍지 않으며, 그 이후에 피해자에게 가해진 2차 피해 정도가 다른 사건에 비해 특히 더 무겁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오즈 게이밍 측이 법정 구속된 윤씨와 계약을 해지하는지는 오즈 게이밍 측 내부 사정으로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윤씨가 올해 e스포츠계에 도입된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이 자동 해지되는 첫 사례가 될 거라고 예상한다.

e스포츠계는 지난해 '그리핀 사건'으로 불리는 청소년 선수 부당 계약 폭로 사건을 겪으면서 올해 민관이 차례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5월에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가 e스포츠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면서 대다수 e스포츠팀이 이를 적용했고,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런 업계 움직임을 참고해 정부 차원의 표준계약서를 고시했다.

라이엇게임즈 표준계약서는 게임단의 월권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는 내용이 핵심이었지만, 선수가 프로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 역시 구체적으로 담겼다.

표준계약서에는 '선수가 성범죄·음주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선수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오즈 게이밍도 라이엇게임즈 표준계약서를 준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속된 윤씨는 표준계약서 발표 이후인 올해 7월에 오즈 게이밍과 계약했다.

e스포츠계 일각에서는 오즈 게이밍이 윤씨의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를 인지하고도 윤씨와 계약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씨는 지난해 북미 오버워치 팀 '메타 스카이폭스'로 이적했는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팀 측에서 내부 조사를 한 다음 윤씨를 방출했다.

그러면서 스카이폭스 측은 "우리는 어떤 형태로도 성희롱·성추행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오버워치를 사랑하는 팬들과 커뮤니티에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오즈 게이밍은 별다른 해명 절차 없이 윤씨를 영입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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