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분노' 멕시코 시위대, 인권위 본부 일주일째 점거
여성단체·범죄 피해자 등 당국에 '정의 실현' 촉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여성폭력과 납치 등 만연한 범죄에 분노한 멕시코 여성 운동가와 범죄 피해자들이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 본부에서 일주일째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의 국가인권위원회(CNDH) 사무실이 지난 2일 이후 시위대에 점거된 상태다.
여성단체와 실종자 가족 등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당국이 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 책임자 처벌을 위해 힘쓰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인권위 본부를 피해자 쉼터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복면을 쓴 시위자들은 사무실 내에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겠다" "정의" 등의 문구를 적고 당국에 정의 실현을 요구했다. 사무실 집기를 훼손하거나 벽에 걸린 멕시코 역사 인물들의 초상화에 낙서를 하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시위대의 행동을 반달리즘(예술품·공공기물 등 훼손)이라고 비판하자 시위대는 더욱 분노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7일 "모든 시위를 존중하지만 폭력과 반달리즘엔 동의하지 않는다"며 시위대가 멕시코 혁명가 프란시스코 마데로의 초상화를 훼손한 것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딸 마리아가 2016년 살해된 예세니아 사무디오는 현지 매체 신엠바르고에 "대통령은 우리 딸들, 국민의 목숨보다 그깟 그림이 훼손되는 것이 더 괴로운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멕시코에선 최근 몇 년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성별을 이유로 한 여성 살해를 가리키는 페미사이드 피해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9.2% 증가했다. 전체 살인사건이 1.7% 늘어난 데 반해 페미사이드는 더 가파르게 늘었다.
또 멕시코에선 실종돼 현재 생사를 알 수 없는 이들이 7만 명이 넘는다.
만연한 범죄에 대한 분노가 쌓이면서 반달리즘을 동반한 격렬한 여성단체 등의 시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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