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부정 정국혼란' 벨라루스서 주요 야권인사 갇히고 쫓겨나고

입력 2020-09-09 22:41
'대선부정 정국혼란' 벨라루스서 주요 야권인사 갇히고 쫓겨나고

"정권교체 추진 야권단체 임원 7명 중 6명 체포되거나 강제출국"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대선 불복 시위로 정국이 혼미한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주요 야권인사들이 거의 다 체포되거나 강제출국 당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야권 '조정위원회' 간부회의 임원인 막심 즈낙이 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 시내서 모처로 연행됐다. 조정위원회는, 야권이 지난달 대선 이후 재선거와 정권 이양 준비를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조정위원회 공보실은 즈낙이 지난달 대선에 입후보하려다 체포된 전 은행가 빅토르 바바리코의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 있다가 제복을 입고 복면을 한 사람들에 의해 차에 실려 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로써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7명 가운데 6명이 체포되거나 외국으로 강제 출국당했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역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을 맡고 있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만이 체포를 면한 상태다.

즈낙 체포는 전날 역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으로 최근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를 주도해온 마리야 콜레스니코바가 당국에 체포된 데 뒤이은 것이다.

벨라루스 당국은 전날 콜레스니코바와 조정위원회 공보서기 안톤 로드녠코프, 집행서기 이반 크라프초프 등 3명을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시키려 국경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콜레스니코바가 자신의 여권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저항하는 바람에 그녀를 출국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녠코프와 크라프초프는 우크라이나로 출국 당했다.

콜레스니코바의 부친은 이날 수사위원회로부터 딸이 체포됐으며 현재 민스크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으로 유일하게 체포되지 않은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지난달 대선 이후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미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러나 자신은 벨라루스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단체 조정위원회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맞서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제안으로 지난달 14일 창설됐다. 그녀는 지난달 대선에 출마했다가 신변 안전 위협 때문에 리투아니아로 출국해 있다.

벨라루스 당국은 조정위원회를 정권 찬탈을 위한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9일 벨라루스 대선에서는 26년째 장기집권해 오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시위대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전날에도 민스크에서 콜레스니코바 등의 체포에 항의하는 야권 지지자 500여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그 가운데 120여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기를 느낀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의 지원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루카셴코는 다음 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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