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서 우편투표 무효표 급증 예상…경합주 승부에 변수(종합)
코로나19로 우편투표 크게 늘어…AP "4년전보다 3배까지 무효표 증가 가능"
도시·유색인종 무효율 높아 민주당에 불리할 가능성
"6월 조지아주 예비선거서 1천명 중복투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오는 11월 대선 때 무효로 처리되는 우편투표가 급증해 경합주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우편투표가 크게 증가하지만 우편물 배송 지연 등으로 인해 우편투표에 참여하고도 사표(死票)가 되는 일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7일(현지시간) 올해 대선 때 핵심 경합주에서 무효로 처리되는 우편투표 참여자 수가 직전인 2016년 대선 때보다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간 등 7개 격전지에서 18만5천명에서 29만2천명의 우편투표 무효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6년 대선 때 8만7천표보다 최대 3배 이상 수준이다.
AP에 따르면 22개 주(州)가 직전 대선 때 우편투표 비율이 10%에도 못 미쳤지만 올해의 경우 거의 절반이나 그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효표는 우편물이 너무 늦게 도착하거나 유권자가 우편투표 서류에 제대로 서명하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
문제는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는 경합주의 경우 무효표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펜실베이니아주는 올해 4만3천명의 우편투표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이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4만4천여표 차이로 이겼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2만3천표가량 이긴 위스콘신주 역시 우편투표 무효표가 승부에 변수가 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우편투표 무효표의 급증은 우편투표에 적극적인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AP는 "민주당 유권자가 집중돼 있고 올해 당내 경선 때 무효비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던 일부 도시 지역에서 이 문제는 훨씬 더 뚜렷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당내 경선 때 우편투표 무효 비율이 1.4%였지만, 이 주의 대도시인 필라델피아의 경우 이 비율이 3.9%로 더 높았다.
플로리다대 정치학자인 대니얼 스미스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있는 젊은 층과 흑인, 히스패닉, 신규 유권자의 무효 비율이 백인이나 우편투표 경험이 더 많은 유권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AP는 "대량의 무효표는 선거에 관한 의구심을 심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조지아주에서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1천여명이 중복 투표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편 투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조지아주 선거 관리 당국은 지난 6월 예비선거에서 1천여건의 중복 투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의 중복 투표자들은 부재자 투표를 한 뒤 다시 현장 투표에도 참여했으며 이런 사례는 조지아의 100개 카운티에 걸쳐서 발생했다.
AP는 중복 투표가 실제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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