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독일의 구세주"…미 국경 넘어 확산하는 음모론

입력 2020-09-08 22:19
"트럼프는 독일의 구세주"…미 국경 넘어 확산하는 음모론

독일 극우세력, 미국 음모론 집단 큐어넌 주장 변형 수용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에서 탄생한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이 유럽의 극우파 사이에서 세력을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큐어넌이 미국 외 국가 중 독일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시민단체 뉴스가드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독일어로 개설된 큐어넌 페이지의 재생횟수는 1천700만건을 넘어섰다. 큐어넌의 각종 음모론을 독일어로 전파하는 텔레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도 12만4천명에 달한다.

2017년 미국에서 탄생한 큐어넌은 미국 정부 내 비밀 권력 세력을 의미하는 '딥 스테이트'와 관련한 각종 음모를 퍼뜨렸다.

딥 스테이트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권력을 사유화했을 뿐 아니라 젊음을 지키기 위해 인신매매한 아동의 피를 마시는 악마숭배 의식을 치른다는 황당한 내용이 골자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딥스테이트로부터 미국을 구하기 위해 정치권에 투신한 구세주로 보고 있다.

NYT는 이처럼 미국 색이 짙은 큐어넌의 음모론을 독일의 실정에 맞게 변형해 토착화시킨 것은 극우세력이라고 전했다.

독일 극우파들은 큐어넌의 탄생 이전부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외국 정부와 손을 잡고 독일 문화와 인종을 말살하기 위해 일부러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식의 음모론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에 큐어넌식 음모론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내 권력 집단을 의미하는 딥스테이트를 세계적인 비밀 권력 집단으로 변형한 뒤 메르켈 총리도 딥스테이트의 일원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메르켈 정부로부터 독일인과 독일 문화를 지켜줄 구세주'라는 개념까지 만들어냈다.

이 때문에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 조치에 항의하는 우익세력의 시위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미국대사관에 몰려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NYT는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애매한 태도와 코로나19의 위험에 끊임없이 의문을 표시하는 행태, 분열적인 메시지가 외국 극우세력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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