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후 첫 국경 총기사용 인도·중국…'충돌 임계점' 넘나

입력 2020-09-08 21:54
1975년 후 첫 국경 총기사용 인도·중국…'충돌 임계점' 넘나

총기사용 금지합의 깨고 위협 사격…국경 인근 군사력 강화 '긴장 고조'

긴장 완화 위한 채널도 가동…"양국 외교장관 모스크바서 회담 예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핵보유국' 인도와 중국이 1975년 이후 처음으로 국경에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간 긴장 수위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양국 당국과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전날 양국 국경 인근에서 총기를 동원한 충돌이 발생했다.

중국 측은 "인도군이 먼저 위협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고, 인도 측은 "총격 등 공격적 수단에 의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국군이 허공에 총을 쏘며 위협했다"고 반박했다.

양쪽 주장은 다르지만, 전날 오후 국경에서 총기가 사용된 정황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상자가 나오거나 물리적 충돌이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양국 국경에서 총기가 사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이번 총기 사용과 관련해 "1975년 이후 평화를 유지하던 양국 국경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1975년에는 인도군 4명이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 중국군의 매복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앞서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을 치른 양국은 이후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에서 총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1996년과 2005년 두 차례 합의에 따라 양국 군은 국경지대 최전방 2㎞ 이내에서는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하지 않았다. 설령 총기를 휴대하더라도 탄창을 제거한 채 등에 메야 했다.

이 때문에 양국 군인은 이후 국경 충돌 때도 투석전이나 난투극 등을 벌일 뿐 총기는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지난 6월 15일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동쪽 갈완 계곡에서의 국경 충돌로 완전히 바뀌었다.

인도 당국은 이 충돌로 자국 군인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중국 측도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역시 사상자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군이 못이 잔뜩 박힌 쇠막대기 등에 의해 무자비하게 당했다는 주장과 관련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인도 측 분위기가 격앙됐다.

이에 인도 국방부는 같은 달 21일 총기 사용을 금지한 교전 규칙을 개정했다. 국경 지대 지휘관이 자유 재량권을 갖고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한 것이다.



이어 이번에 국경에서 45년 만에 처음으로 총기가 사용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양측은 갈완 계곡 충돌 후 여러 차례 군사·외교 회담을 열고 주요 분쟁지 부대 철수에 합의했지만 두드러진 진전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양측은 국경지대 인근의 군사력을 강화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국군은 최근 국경지대에서 여러 차례 실탄 훈련을 하고 신형 곡사포를 배치하는 등 인도군을 압박했다.

인도군도 국경 인근에 T-90 탱크를 투입하고 미그-29 전투기와 공격 헬기 아파치를 전진 배치했으며, 대공 미사일 시스템도 추가로 구축했다.

특히 인도군은 최근 러시아제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을 갖춘 부대를 라다크 동쪽에 추가 배치했다.

이 와중에 총기 사용 금지 합의까지 깨졌기 때문에 자칫 작은 충돌이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확대할 우려도 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전날 "라다크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양국은 외교·군사 채널을 동원해 긴장 완화 노력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하이협력기구 회의 참석차 8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자이샨카르 장관은 역시 현지에 올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10일 만나 국경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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