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국 석방 요구' 이란·영국 이중국적자 추가 기소
영국서 '채무상환-석방' 교환 협상 보도 뒤 대응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란 검찰이 이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란·영국 이중국적자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에 대해 새로운 혐의를 포착해 추가 기소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영방송은 추가 기소된 혐의가 어떤 범죄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영국인과 결혼한 자가리-랫클리프는 2016년 4월 친정 가족을 만나러 이란을 방문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영국 자선단체 톰슨로이터재단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그는 이란 정권을 '조용히 전복'하려는 계획을 짜 안보를 위협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7년 1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이란 교도소에서 수감됐다가 올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귀휴를 받아 현재 가택연금 중이다.
'조용한 전복'은 무력이 아닌 반(反)이슬람, 반정부적인 선동을 인터넷이나 소규모 모임 등을 통해 유포하는 피의자에게 쓰는 표현이다.
그를 체포한 이란혁명수비대는 그가 이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인터넷과 미디어 관련 계획을 실행했고 이란에 적대적인 BBC 이란어 채널(BBC 페르시안)의 이란인 통신원을 포섭해 교육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그의 석방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이란은 자국민이라면서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국영방송은 이란의 혁명법원이 그를 8일 오전 소환해 추가 기소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추가 기소 관련 보도는 영국 정부가 41년 전 이란에 진 채무를 상환하고 그 대가로 석방을 요구하는 협상을 모색 중이라는 영국 언론의 보도 뒤 나왔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5일 영국 정부가 1979년 이란이 영국의 전차를 도입하려고 지급한 4억 파운드(현재 환율 기준 약 6천307억원)을 돌려주고 자가리-랫클리프를 석방하는 해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1976년 이란 팔레비 왕정이 영국 전차 1천500대를 사기로 계약하고 대금을 지급했지만, 185대만 인도되고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나자 영국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이 보도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이 채무는 영국이 당연히 갚아야 하지 석방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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