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코로나19를 대량살상무기로 만들고 있다"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친미 일변도 외교·권위주의 행태 강력 비판
2022년 대선 의식한 포석 해석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룰라 전 대통령은 "한없는 슬픔이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보우소나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대량살상 무기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인식 때문에 확진자가 400만명을 넘고 사망자가 13만명에 육박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치욕적인 방식으로 브라질을 미국에 굴종시키고 있다며 친미 일변도 외교 노선을 비판하는가 하면, 정부 요직에 군 출신을 대거 기용한 것을 두고 군사독재의 어두운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그는 공공보건 시스템과 아마존 열대우림을 위한 투자 확대,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 증가, 연구원·교사·예술인 등에 대한 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보우소나루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그는 "2018년 대선이 브라질을 끝이 보이지 않는 악몽으로 던져넣었다"면서 브라질 국민과 노동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힘들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2022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 2018년 1월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룰라는 수감 상태에서도 대선 출마를 위한 법정 투쟁을 계속했으나 연방선거법원은 같은 해 8월 말 판사 7명이 참석한 특별회의를 열어 6대 1 다수 의견으로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이 적용됐다.
이후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이 룰라를 대신해 대선후보로 나섰으나 그해 10월 말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패했다.
따라서 2018년 8월의 재판 결과를 뒤집는 새로운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룰라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다 오는 11월 지방선거에서 만족할 성과를 거두면 2022년 대선에서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룰라 전 대통령이 이날 대선주자처럼 '브라질 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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