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아도'…신문 유통 막은 '멸종저항' 시위대 역풍 맞아
존슨 총리 "용납할 수 없는 일"…노동당도 "원하는 신문 읽을 권리 있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이 주요 신문의 유통을 막았다가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6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주간의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진행 중인 멸종저항은 4일 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신문 인쇄 공장 차단을 시도했다.
시위대 80명가량은 트럭과 대나무 비계 등을 이용해 잉글랜드 남동부 하트퍼드셔와 북서부 리버풀 인근의 인쇄 공장 주변 도로를 가로막았다.
이로 인해 머독이 소유한 '뉴스 UK'가 발행하는 더타임스와 더선뿐만 아니라 같은 공장에서 인쇄하던 데일리 메일과 데일리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유통도 차질을 빚었다.
토요일 아침 각 가정에 신문이 배달되지 않은 것은 물론, 주요 상점 가판대에도 이들 신문이 깔리지 않았다.
멸종저항은 성명에서 이번 시위가 기후 비상사태를 적절하게 보도하지 않은 언론의 실패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멸종저항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거짓말하는 실패한 정부로 인해 자유로운 언론과 사회,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유로운 언론이 필요하지만 갖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멸종저항의 시위는 그러나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반발 등 후폭풍을 불러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언론·출판의 자유는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미래와 관련한 중요한 이슈에 대해 정부나 다른 권력 기관을 추궁하는 데 필수적이다"라면서 "이런 식으로 대중의 뉴스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트위터에서 "자유로운 언론은 우리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신문을 읽을 권리가 있다. 이의 유통과 발행을 막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간 가디언의 대변인은 "우리는 시위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대중의 언론 접근권, 신문을 선택할 권리를 제한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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