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 변수탓에…"미 대선당일 개표와 최종결과 다를 수도"
"트럼프 초반 앞서다 바이든이 승리" 일부 분석…'붉은 신기루' 평가도
현장투표는 트럼프, 우편투표는 바이든에 유리하단 예상 탓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11월 대선 때 우편투표가 급증함에 따라 선거 당일 개표결과가 최종 집계치와 다를 수 있다는 예측 모형이 나왔다.
현장투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유리해 대선 당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지만 우편투표까지 포함한 개표가 완료되면 바이든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대선 당일에는 투표소를 직접 찾아 투표한 현장투표 위주로 개표되고 이후 부재자투표나 우편투표의 개표작업이 속도를 내며 개표 완료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우편투표 유효일에 대한 기준이 주(州)마다 달라 대선일에 발송했다는 우체국 소인만 찍혀 있으면 유효표로 인정하는 곳들도 있다.
이런 가정하에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일 보도한 한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선 당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538명의 선거인단 중 167명을 더 확보하지만 일주일 후에는 선거인단 확보 우위가 83명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개표가 완료된 시점에는 바이든 후보가 오히려 127명의 선거인단을 더 확보해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는 모형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데이터분석기관 호크피시가 자체 모형을 만들어 최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를 통해 보도된 시나리오도 흐름이 비슷하다.
선거 당일 우편투표의 15%만 개표된다고 가정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일 밤 408 대 130으로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크게 앞서지만, 약 4일 후 우편투표 75% 개표가 이뤄지면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된다.
또 개표 완료 시에는 바이든 후보가 334명, 트럼프 대통령이 20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형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현장투표를, 바이든 후보 지지층은 우편투표를 선호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WP에 따르면 그리넬대학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의 31%는 우편투표를 하겠다고 응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의 경우 이 응답비율이 11%에 불과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저널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도 우편투표 의사 비율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은 11%였지만 바이든 후보 지지층은 47%로 나타났다.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은 최근 기사에서 "선거일 투표한 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하게 기울고 우편투표는 바이든 후보에게 심하게 기울 수 있다"며 이는 선거일 밤에 기묘한 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호크피시 CEO인 조시 멘덜슨은 이를 '붉은 신기루'(Red Mirage)라고 표현했다.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빗대 선거 당일 밤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가 신기루일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앞으로 두 달가까이 남은 선거일까지 판세가 크게 출렁일 수 있어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이 예측과 유사하게 진행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반발하는 등 선거 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편투표에 대해 '사기투표', '부정선거'라며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또 우편투표 탓에 개표 작업이 길어질 경우 미 대선 결과가 당일 또는 이튿날 확정되지 않고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트윗에서 호크피시 모형을 인용한 한 트윗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한 뒤 "조작 선거?"라고 적었고, 트럼프 대선 캠프의 팀 머토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뉴스 미디어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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