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나발니 사건'에 러시아 제재 경고…나토는 긴급회의
"필요할 경우 제한 조치 등 적절한 행동할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에 공격당했다는 독일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러시아에 제재를 경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3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낸 성명에서 "EU는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한 조치를 포함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나발니에 대한 암살 시도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면서 "화학 무기 사용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국제법, 국제 인권 기준의 심각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완전히 투명하게 이 범죄를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 있는 이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면서 러시아에 공정한 국제적 조사를 보장하기 위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피터 스타노 대변인은 러시아는 믿을 수 있고, 독립적인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EU는 러시아의 다음 조치에 기반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U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등에 대응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201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 '노비촉'을 이용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 EU는 유럽에서 100명이 넘는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한 바 있다.
나토는 4일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독일의 브리핑을 듣고 이번 사건에 대해 논의한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갑자기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항공기는 시베리아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나발니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지난 2일 성명에서 자국 연방군 연구소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서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것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됐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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