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니와 번갈아 사귄 프랑스 철학자 부자…아들 책에 절연
"'누군가의 아들'로 살아온 어린 시절과 그로부터의 해방 다뤄"
현지 비평가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현…은유적으로 아버지 죽였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가수이자 슈퍼모델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와 번갈아 사귀었던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 부자가 아들의 자전적 소설 발간에 절연했다.
프랑스 현지 비평가들은 이에 대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현이라며 은유적으로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논평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장폴 앙토방(71)은 역시 유명 철학자인 아들 라파엘(46)이 자전적 소설 '절약된 시간(Le Temps gagne)'을 출간하자 공개적으로 절연을 선언했다.
브루니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한때 장폴의 퍄트너였다가 이후 장폴의 아들인 라파엘과 사귀었다.
장폴은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나는 사람들의 개인적 삶을 이렇게 공개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왜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명예훼손과 캐묻는 대상으로 취급받아야 하는가"라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사는 동안 가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게 있는데 대체 누가 우리 허락 없이 단지 재미를 위해 가림막을 벗겨낼 권리가 있는가"라며 "내 아들이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카뮈가 얘기했듯이 '사람은 스스로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폴은 아들에게 모든 소통을 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우 비통하며, 마음이 찢어진다"며 "라파엘을 사랑했고 그의 배은망덕함에 치를 떨게 된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에게 끔찍한 책으로, 내 삶에 이렇게 슬픈 전환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정작 라파엘이 펴낸 500페이지짜리 자전적 소설에 대해 현지 언론은 "두개골에 총알이 박히는 것처럼 뛰어나다", "'누군가의 아들'로 살아온 어린 시절과 그로부터의 해방을 되돌아본 수작"이라고 호평했다.
르피가로는 책이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재능을 보여주는 동시에 분통이 터지게 한다"고 평가하면서 부자와 각각의 지지자 간 대리전이 돼가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책의 제목은 아버지의 좌우명인 '시간을 절약하라,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르피가로는 이 책이 파리 6구의 '샴페인 사회주의자'들이 사는 환경을 묘사하면서 쉽게 누군지 짐작이 갈만한 이들의 특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책의 등장인물 중에는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 철학자 베르나르-앙리 레비의 딸 쥐스틴도 있다. 라파엘은 쥐스틴과 결혼해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아버지의 여자친구였던 브루니 때문에 쥐스틴을 떠났다. 라파엘은 브루니와도 아들 한 명을 뒀다.
라파엘은 나중에 사르코지 대통령과 결혼한 브루니에 대해 책에서 '이상적인 여성'이라는 칭찬을 남겼다.
프랑스 비평가들은 이번 스캔들을 전형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현이라고 평가했다.
친아버지인 줄 모르고 아버지를 죽인 그리스의 신화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 유래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성이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 대해 품는 무의식적 성적 애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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