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상원의장 만난 차이잉원 "민주주의 방어선 수호"

입력 2020-09-03 21:32
체코 상원의장 만난 차이잉원 "민주주의 방어선 수호"

대만-체코 국기 나란히 새긴 마스크 착용 눈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중국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한 밀로스 비르트르칠 체코 하원의장을 만나 중국의 압력에 맞서 '민주주의 방어선'을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3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臺北) 총통부에서 비르트르칠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접견하고 "대만과 체코는 똑같이 권위주의에 저항해 민주주의와 자유를 힘겹게 쟁취한 길을 걸어왔다"며 "대만은 민주주의 경험을 영광스럽게 여기는 가운데 민주주의 방어선을 굳건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비르트르칠 의장이 대만 의회인 입법원에서 한 연설을 통해 "나는 대만인이다"라고 말한 것이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에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공통의 신념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비르트르칠 의장은 지난 1일 대만 입법원에서 냉전 시기인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유명한 서베를린 연설을 차용해 "나는 대만인"이라고 말하며 대만의 민주주의 지지 의사를 밝혔다.

케네디는 당시 공산주의 소련에 맞서 서베를린 시민들에게 "나는 베를린인이다"(Ich bin ein Berliner)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생전 대만과 관계를 중요시한 고 야로슬라프 쿠베라 전 상원의장에게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추서하고 이를 비르트르칠 의장에게 전달했다.

쿠베라 전 상원의장은 대만 방문을 추진했지만, 지난 1월 숨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차이 총통은 "쿠베라 전 의장은 대만의 좋은 친구로서 대만과 체코 관계를 끌어올리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기에 그의 별세를 매우 안타깝게 여긴다"고 말했다.

비르트르칠 의장은 정치인과 경제인 등 90여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 중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대만을 외교적으로 완벽히 고립시키려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에서 대만은 이번 체코 인사들의 대규모 방문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한편, 이날 접견 행사에서 차이 총통과 비르트르칠 의장은 대만과 체코 국기를 각각 양쪽에 새긴 같은 마스크를 써 눈길을 끌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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