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이시바 2위 싸움…1년 뒤 '진짜 승부'의 전초전
2위 확보해야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서 유리한 고지
'포스트 아베' 노리는 3명의 후보 진영 본격 활동 '시동'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포스트 아베'를 뽑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정가의 관심은 2위 싸움에 쏠리고 있다.
2위 자리를 놓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지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남은 임기인 내년 9월까지이고, 스가 장관은 앞으로 1년 동안만 국정을 운영하는 '중간 계투'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시다 정조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를 뽑는 내년 9월 선거를 위해서도 2위 자리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에게 이번 싸움은 1년 뒤 진짜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자민당) 총재가 중의원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된다.
이번에 4번째로 자민당 총재에 도전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2일 민영 방송 후지TV에 출연해 "누가 어떻게 계산해도 어렵다"며 선거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했다고 3일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14일 투개표가 실시되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현 394명)과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 참가하는 양원(참·중의원)총회 방식이다.
스가 장관은 이미 호소다(細田)파(98명·이하 소속 참·중의원 수)와 아소(麻生)파(54명)와 다케시타(竹下)파(54명), 니카이(二階)파(47명) 등 자민당 주요 파벌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 표의 70% 이상, 전체 투표수(535표)의 과반을 확보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스가 장관 '대세론'을 넘어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게 있어 현실적이면서도 절박한 목표는 2위 확보다.
자민당 총재에 처음 도전하는 기시다 정조회장에게까지 밀리면 후일을 도모하는데도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케이는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해 "처음 도전하는 기시다 씨의 뒤에 서게 되면 '진정한 승부'로 평가되는 내년 총재 선거에서의 승리가 위태롭게 된다"며 "'이시바 총리' 탄생의 싹을 남기기 위해서도 지지의 누수는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정조회장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4위 파벌인 기시다파(47명)의 수장인 자신이 소수 파벌인 이시바파(19명)를 이끄는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패배하면 지도력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산케이는 기시다 정조회장이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도 밀려 3위에 그치는 상황에 대해 "'장래의 총리'라는 기대도 단번에 사그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기시다 정조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도도부현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의 표를 얻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날 파벌 모임에서 "당원, 국민에게 일본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전력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정조회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분단에서 협조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정책집 '기시다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스가 장관도 도쿄도(東京都) 내 호텔에서 첫 선거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자민당 총재에 도전하는 3명의 후보 진영이 모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