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미군 전범수사 막으려 국제형사재판소 제재

입력 2020-09-03 12:41
미국, 아프간 미군 전범수사 막으려 국제형사재판소 제재

폼페이오 "미국인 겨냥 표적수사…ICC 돕는 개인도 제재"

ICC "전례없는 조치…법치주의에 대한 공격"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전쟁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속 파투 벤수다 검사장 등 관련 인사들을 제재 대상(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ICC가 미국인을 자신의 사법권 관할 하에 두려는 불법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며 벤수다 검사장과 ICC 내 관할권 담당 부서장인 파키소 모초초코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여행 제한과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CC가 계속해서 미국인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다음 단계를 밟겠다"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개인과 단체도 미국의 제재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직접적인 제재 대상자를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ICC의 미군 전범 의혹 조사를 돕는 일부 개인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도 아울러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서 벤수다 검사장은 지난 3월 ICC의 허가를 받아 아프간에서 자행된 탈레반과 아프간군, 또는 미군의 전쟁 범죄 의혹을 조사해왔다.



ICC는 미 정부의 조치가 "법원의 사법권과 기소권에 개입하려는 시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ICC는 이날 이례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 사법기관과 구성원에 대한 강압적 행위는 전례 없는 조치"라며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로마규정과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맞섰다.

유엔과 인권단체도 미국의 이번 조치를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하고 개인에 대한 어떠한 제재든 과거 미국이 뉴욕 유엔본부를 유치할 당시 유엔과 합의한 사항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리처드 디커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의를 왜곡하고 입맛에 따라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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