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부채, 내년에 2차대전 후 처음으로 GDP 넘어설 전망
코로나19로 재정적자도 역대급…2030년엔 부채비율 109% 찍을 듯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국가 채무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일(현지시간)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2021 회계연도 연방정부 부채가 21조9천억달러로 미 GDP의 104.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올해 회계연도의 미 정부 부채 비율은 98.2%다.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소수의 국가 대열에 미국도 합류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정부 부채가 GDP를 초과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06%를 기록한 이후 7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분기별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던 지난 2분기에 이미 GDP 대비 부채 비율 100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에는 연간 단위로도 100%를 넘긴다는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이 많이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로 세입이 줄어든 것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진단검사 확충과 백신 연구개발, 각종 경기부양, 지방정부 원조 등으로 총 2조7천억달러를 썼으나, 2분기 세입은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이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가 국가채무 증가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미 정부 총부채는 20조5천억달러로 지난 3월 말 17조7천억달러와 비교해 석달만에 16% 급증했다. 반면 2분기 GDP는 9.5% 감소했다.
물론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역대급으로 금리가 낮은 데다 향후 몇년간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더 돈을 빌릴 여력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와 무관하게 미국의 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추세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CBO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 정부 부채가 2030년 말 33조5천억달러로 GDP의 10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보다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재정감시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2021년 이후에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국가다.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 맨해튼정책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침체를 최소화하고 경제를 계속 띄우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치솟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아무리 금리가 낮더라도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10년 뒤에는 미 정부가 매년 갚아야 할 이자비용만 연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리들 연구원은 추산했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로 사회복지 비용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도 이미 치솟은 정부 부채에 더욱 부담을 줄 전망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미 정부 재정적자도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CB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3조3천억달러로 지난해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GDP의 16%에 해당하는 액수로 1945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내년 재정적자는 1조8천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미 의회가 논의 중인 추가 경기부양책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