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서 무너진 정치명문 케네디家…상원의원 도전 실패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민주당 경선…케네디 3세, 현역 마키 의원에 11%p 패배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미국의 대통령, 법무장관, 상원의원 등 숱한 유력 인사들을 배출한 '정치 명가' 케네디 가문이 텃밭인 매사추세츠주에서 패배를 당했다.
존 F. 케네디(JFK) 전 대통령이 지난 1946년 연방하원의원에 선출된 것을 시작으로 워싱턴 정가에 등장한 케네디 가문이 매사추세츠주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처음이다.
2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매세추세츠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한 조 케네디 3세(40) 하원의원은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현역인 에드 마키(74) 상원의원에게 패배했다.
마키 상원의원이 득표율 55.6%로 케네디 3세(44.4%)를 11%포인트가량 앞섰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매사추세츠주는 전통의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마키 상원의원은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케네디 3세는 고(故)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손자이자 JFK의 종손(從孫)이다.
매사추세츠주의 연방하원의원 4선을 지냈다.
선거전 초반에는 케네디 가문의 정치적 후광뿐만 아니라 젊은 이미지를 내세워 분위기를 주도했다.
민주당 하원 수장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케네디 3세에 힘을 실었다.
그렇지만 민주당 내 진보색채가 뚜렷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하원의원이 마키 의원을 지지하면서 판세가 달라졌다.
워런 의원은 대선 후보에 도전한 진보 정치인이고,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민주당의 '진보 샛별 3인방'으로 꼽히는 스타 정치인이다.
마키 의원이 '그린뉴딜'을 비롯해 강경진보 진영의 정책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세기 넘게 미국 정계를 쥐락펴락한 케네디 가문이 워싱턴 중앙무대에서 퇴장하는 흐름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다만 아성 격인 매사추세츠에서도 민주당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 미 언론들은 주목했다.
JFK는 1946년 매사추세츠주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졌고, JFK 형제 중 막내인 에드워드 케네디는 1962년부터 암으로 사망한 2009년까지 47년간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었다.
이처럼 1세대의 케네디 형제들은 대통령을 지냈거나 모두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등 중앙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2세대부터는 비록 명맥을 이어가긴 했으나 정치적 영향력은 퇴색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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