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BM 이어 엔비디아 차세대 GPU도 생산한다
세계 2위 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대형 고객 잇따라 확보
대만 TSMC 추격 발판…"AMD·인텔 추가 수주 여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IBM에 이어 미국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생산을 맡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쫓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1일(현지시간) 차세대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론칭하고, 신제품을 삼성전자의 8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대만의 TSMC 공정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차세대 '지포스 RTX 30'는 삼성전자의 8나노미터(nm) 공정을 활용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번 엔비디아 신형 칩은 삼성과 협업해 같은 8nm 공정으로 제조된 다른 삼성전자의 8nm 칩보다 10%가량 속도를 향상시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일 신제품 온라인 출시 행사에서 지포스(GeForce) RTX 3090, 3080, 3070 칩을 선보이며 "이전 모델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성능과 두 배 가까운 전력 효율로 비디오 게임 그래픽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GPU 부문의 최강자로 최근 인텔을 제치고 미국 반도체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파워10'의 위탁 생산을 맡기로 한 데 이어 엔비디아까지 추가로 주요 거래선으로 확보하면서 파운드리 부문에서 한발짝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삼성은 지난해 4월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예상 점유율은 TSMC가 53.9%로 압도적인 1위이며, 2위인 삼성전자가 17.4% 정도다.
KTB 투자증권 김양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신제품 수주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실적 개선 효과와 함께, (모바일용 스몰칩 뿐만 아니라) PC용 빅 칩(Big chip)의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는 레퍼런스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RTX 30' 시리즈의 예상 가격이 시장 기대보다 저렴한 것은 삼성전자의 8nm 공정의 기술력이 있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IBM과 엔비디아 외에도 4분기에는 퀄컴의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품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부문의 실적 확대가 시작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국의 CPU 제조 업체인 AMD와 최근 7nm CPU 외주화 가능성을 언급한 인텔과도 수주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TSMC를 제치고 초대형 고객인 인텔과 AMD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B 투자증권은 2017∼2019년 11조원 수준에 그쳤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이 3분기 엔비디아, 4분기 퀄컴 양산을 계기로 올해 15조원, 내년에는 20조원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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