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업계, 미 정부에 '케냐 플라스틱 규제 완화 압력' 요청"

입력 2020-09-02 00:46
"미 석유업계, 미 정부에 '케냐 플라스틱 규제 완화 압력' 요청"

AP 통신 보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미국의 석유업계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케냐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고 환경 보호론자들이 주장한 것으로 AP 통신이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요 석유업체들을 회원으로 둔 미국화학협회(ACC)의 이 같은 요청은 최근 미국 정부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로는 최초로 케냐와 양자간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미국-케냐 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이는 곧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케냐의 환경규제에 대한 양보가 곧 대륙 전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국가로서는 드물게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올해 백악관으로 초청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는 케냐와의 양자 협상이 미국에 그만큼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케냐 정부는 지난 2017년 플라스틱 봉투에 대한 제조, 수입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최고 4년의 징역형과 미화 3만8천달러(4천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환경 보호주의자들은 케냐가 이제 환경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압력에 놓였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넘어가는 통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ACC는 국제교역 담당 브르지트와 국장 명의의 4월 28일 자 서한에서 미국과 케냐 정부에 "화학제품과 플라스틱의 국내 사용과 국경 무역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은 법규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한은 "우리는 케냐가 미래에 미국에서 제조된 화학·플라스틱 제품을 다른 아프리카 나라로 공급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ACC는 지난 6월 열린 공청회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석유 업계는 케냐를 비롯해 많은 국가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케냐에 있는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사실이라면, 충격적이고 비양심적인 일이다. 우리는 UNEP 본부를 유치한 케냐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한 데 대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유엔은 2018년 중반 기준 전 세계 127개국이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를 내린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은 37개 국가가 관련 규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케냐는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했다가 지난 7월 재개했다.

ACC는 케냐와 쌍무 협상을 진행하는 미 무역대표부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어젠다에 반영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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