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건강악화로 퇴진?…각종 스캔들 책임 회피하려는 것"

입력 2020-08-31 11:27
수정 2020-08-31 12:59
"아베, 건강악화로 퇴진?…각종 스캔들 책임 회피하려는 것"

나카노 조치대 교수 NYT 칼럼…"사의 발표, 여론 악화와 겹쳐"

아베노마스크·모리토모학원·벚꽃놀이 등 논란으로 타격

"책임 지라는 국민요구 감당 못 하는 걸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실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각종 정치 스캔들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일본 조치(上智)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아베 신조는 병들었다. 하지만 이게 그가 사의를 표명한 유일한 이유일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총리가 지병 악화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그의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진 시기와 겹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그 경제적 여파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일본인 대다수는 이에 비판적인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창궐한 이래로 아베 총리는 대중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가끔 모습을 드러내 발표한 정책들은 허술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모든 가구에 일명 '아베노마스크'라고 불린 천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하겠다는 정책은 발표 즉시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하다고 비난받았다.



동시에 아베 총리는 지난 수년간 제기된 각종 스캔들에 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다고 교이치 교수는 설명했다.

2017년 불거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 부부와 가까운 사이인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전 모리토모학원 이사장 부부가 학교 용지로 쓸 국유지를 감정평가액보다 싸게 매입하는 과정에 아베 총리 부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낳았다.

이후 재무성 당국자들이 국유지 매각 관련 공문서에서 아베 총리 부부 관련 내용을 삭제,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아베 총리는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제기된 '벚꽃놀이 스캔들'도 그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줬다.

당시 아베 총리는 정부 주관 연례행사인 '사쿠라 나들이 모임'에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 인사를 대거 초청하는 등 공공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샀다.

야당이 이를 추궁하자 내각부는 지난해 행사 참석자 명부를 폐기해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이 외에도 아베 총리는 자신이 선호하는 검사의 정년을 연장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린 후 이를 뒤늦게 정당화하려는 듯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한 일, 측근인 국회의원 부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매수)로 구속기소된 일 등 숱한 논란에 휘말렸다.

나카노 교수는 "한마디로 아베 총리는 의회, 언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게 많지만 이를 가능한 한 적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6월 18일 이후 이달 28일 사의를 발표할 때까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언급하면서 "어쩌면 아베 총리는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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