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성향 주간지, 흑인 여성의원 노예로 묘사해 논란

입력 2020-08-30 18:42
프랑스 극우성향 주간지, 흑인 여성의원 노예로 묘사해 논란

목에 쇠사슬 두른 노예로 그려…마크롱 대통령도 인종차별 규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극우 성향 시사주간지가 급진좌파에 속한 흑인 여성의원을 노예로 묘사한 삽화를 게재해 비난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시사주간지 '발뢰르 악튀엘'은 최신호에서 급진좌파 정당 라 프랑스앵수미즈(LFI·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여성 하원의원인 다니엘 오보노를 아프리카 출신 노예로 묘사한 그림이 포함된 7쪽짜리 만화를 실었다.

오보노가 과거 노예무역이 이뤄지던 시절로 돌아가 노예가 되어 노예제의 공포를 체험한다는 내용이다. 오보노 의원은 흑백 만화에서 목에 쇠사슬을 두른 채 끌려가는 노예로 묘사됐다.

이 주간지가 발매되자 인종차별적인 내용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오보노 의원 본인은 트위터에서 "극우는 혐오스럽고 어리석으며 잔인하다"고 비난했고, 장 카스텍스 총리는 오보노 의원의 분노에 공감한다면서 "이런 참을 수 없는 내용이 출판된 일은 이론의 여지 없이 비난받을 일이다. 정부는 그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아예 오보노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인종차별을 규탄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오보노 의원과 통화에서 "어떤 형태의 인종주의도 명백하게 규탄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인종차별 반대 시민단체인 SOS 라시즘은 아프리카·아랍계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 발언과 차별이 늘고 있다면서 법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발뢰르 악튀엘은 프랑스에서 극우 진영과 강한 보수 성향의 독자들이 많은 시사주간지다.

잡지 측은 오보노 의원을 다룬 스토리는 허구일 뿐이고 인종차별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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