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맞은 투자귀재 버핏 "복리 믿어라"…'므두셀라 기법' 강조
푼돈이 목돈 되는 '눈덩이 마법' 신봉
10세 때 책읽다 깨달아 20세엔 철학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30일(현지시간) 90세 생일을 맞이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 회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돈 버는 비결은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의 위력에 있었다.
버핏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오랫동안 '므두셀라 기법'이라는 것을 권유해왔다"고 말했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서 969년을 살았다고 나오는 인물이다.
버핏 회장의 므두셀라 기법은 장수와 안정적이고 수익이 짭짤한 투자의 조합을 뜻한다.
그는 "므두셀라 모델이 잘 먹히는 것 같다"며 "그래도 나는 아직 목적지에 9%(90세) 정도밖에 오지 않았다"고 농담했다.
버핏 회장은 아주 어려서부터 돈놀이에서 돈이 불어나는 양뿐만 아니라 기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10세 때 책을 읽으면서 시간의 중요성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고 한다.
고작 1천달러에 불과한 돈도 수익률 10%에 복리를 적용할 때 5년 뒤 1천600달러, 10년 뒤 2천600달러, 25년 뒤 1만800달러, 50년 뒤 11만7천400달러로 불어난다는 계산이다.
버핏은 "돈이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구나"라고 혼자 감탄했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앨리스 슈뢰더는 버핏 회장의 전기 '눈덩이'(The Snowball)에서 "돈이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면서 숫자가 폭증하는 게 푼돈이 목돈으로 변하는 방식이었다"며 소년 버핏의 대오각성을 설명했다.
슈뢰더는 "어린 버핏이 숫자가 복리로 늘어나는 것을 마당에서 눈덩이를 굴릴 때와 같은 생생한 방식으로 눈에 그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기에 따르면 버핏은 20세가 됐을 때 복리를 향한 믿음이 거의 무조건 반사 경지에 이르렀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3만1천500달러를 주고 자택을 사면서도 그 돈이 나중에 100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아쉬워하며 허튼짓을 했다고 중얼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발을 하면서도 "정녕 여기에 '30만 달러'(나중에 30만달러로 불어날 수 있는 이발비)를 써야하나"라고 투덜거릴 정도로 푼돈 지출에도 투자와 시간이 반영됐을 때의 가치를 심사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오랜 시간 짭짤하고 안정적인 곳에 돈을 두는 '므두셀라 기법'과 함께 버핏 회장의 명성을 높인 덕목으로 유연성을 주목했다.
나이가 들면서 투자 대상과 관련한 과거의 관행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핏 회장은 수십 년 전에는 찾을 수 있는 가장 싼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큰 수익을 냈다.
그러나 현재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정보통신(IT) 공룡인 애플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주식의 시가는 지난주 1천230억 달러(약 145조원)까지 늘었고 이는 총투자액의 24%를 차지한다.
버핏 회장은 자신이 꼼꼼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과거에는 기술기업 주식을 외면해오다가 타성을 재빨리 바꾸는 데 성공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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