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조직적 봐주기"…태국판 유전무죄 사건 재조사 결과
레드불 손자 뺑소니 사망사고 불기소 재조사, 뒤늦게 체포영장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판 유전무죄 사건인 '레드불 손자 뺑소니 사망사고 불기소'에 대한 재조사에서 검경의 조직적인 봐주기가 있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일간 방콕 포스트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 지시로 설립된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차 마하꾼 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심각한 문제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위차 위원장은 또 "쁘라윳 총리에게 제출할 관련 보고서는 이 사건의 부적절한 처리가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조직적인 방법으로 저질러졌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줘 쁘라윳 총리가 검경 개혁 필요성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고서에 들어간 모든 내용은 매우 구체적인 정보로 뒷받침됐으며 이를 읽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가 밝혀낸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할지는 쁘라윳 총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는 2012년 9월 태국 방콕 시내에서 고급 외제 차인 페라리를 타고 과속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오라윳에게서 코카인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수수방관' 속에 오라윳이 해외 도피 중인 가운데 검찰은 지난달 오라윳에게 유리한 증언을 들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경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거센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유위티야 일가는 617억바트(약 23조4천억원)의 재산을 보유해 태국 내 두 번째 부호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고질적인 '유전무죄'가 또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자 검경은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쁘라윳 총리도 별도의 진상조사위 설립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25일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와 뺑소니, 코카인 복용 등의 혐의로 오라윳의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경찰은 과거 오라윳이 몰던 페라리 차량 속도를 시속 177㎞에서 79㎞로 낮추고, 그의 체내에서 검출된 코카인 성분을 수사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