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인터넷 방송 한번에 100억 매출 '대륙의 인플루언서'

입력 2020-08-29 07:07
[특파원 시선] 인터넷 방송 한번에 100억 매출 '대륙의 인플루언서'

'홍보·판매 병행' 월매출 최고 3천500억원…중국 시장 진출 통로로 부상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왕훙'(網紅)

중국에서 '온라인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훙은 중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마케팅 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으로 치면 유명 유튜버라고도 볼 수 있는 왕훙은 이제 단순히 인플루언서 수준을 넘어 업계 최상위급 왕훙의 경우 월 매출 수천억 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기업 규모로 진화했다.

국내에서 뒷광고 논란이 이는 것과 달리 이들은 공개적으로 협찬 광고와 판매를 진행하며, 수천만 명의 팬들인 '펀쓰'(粉絲·팬의 중국어 음차)를 동원해 고수익을 올린다.

한마디로 수익을 위해 뒷광고를 할 필요가 없이 '앞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올해 7월 중국 톱50 왕훙이 올린 매출 총액은 약 80억 위안, 원화로 1조3천600억 원에 달했다.

업계 1, 2위를 차지한 웨이야(微?)와 리자치(李佳琦)는 7월 한 달 간 각각 21억 위안(3천570억 원 상당), 14억 위안(2천380억 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의 왕훙은 크게 '홍보형'과 '판매형'으로 나뉜다.

홍보형은 일정액의 광고비를 받고 고용돼 본인의 개인 방송에서 해당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판매형은 한국의 쇼호스트와 비슷하게 방송에 라이브 이커머스(생방송 판매)를 적용해 제품 홍보와 동시에 판매까지 진행하는 형태다.

업계 최고로 인정받는 웨이야와 리자치는 모두 판매형에 해당하는 왕훙들이다.

왕훙이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기발하다. 보통 한 제품에 5∼10분씩 홍보와 판매를 하고, 90분 1회 방송에 9∼18개의 제품을 소개한다.

'슈퍼 왕훙'이라 불리는 정상급 왕훙의 회당 매출액은 평균 100억 원 수준이다.

이들은 제품 매출액의 15∼20%를 마케팅비로 받아가고, 왕훙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도 5%의 별도 배당금을 받는다.



웨이야는 지난해 알리바바의 연 최대 규모 온라인 쇼핑 축제인 쌍십일(11.11·광군제) 당일 27억 위안(4천6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리자치도 2018년 쌍십일 축제 때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과 온라인 생방송 판매 대결을 벌여 동시 접속자 3천500만 명의 기록을 세웠다.

정상급 왕훙의 경우 제품 선정과 마케팅 기획, 왕훙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만 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미 개인 방송의 수준이 아니라 중소기업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왕훙은 이제 단순히 온라인 인플루언서를 넘어 기존 미디어와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떠올랐다.

왕훙에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판매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지만, 반대로 신제품이나 중국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외국 기업에는 왕훙만큼 확실한 마케팅 수단이 없다.

왕훙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할리우드 스타까지 왕훙 방송에 출연해 제품을 광고하거나 판매하기도 한다.

왕훙이 방송 한 번에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충성도 높은 수천만의 펀쓰 때문이다.

왕훙을 따르는 펀쓰는 단순히 왕훙에 대한 호감만 가지고 몰려들지 않는다. 왕훙은 기업을 설득해 자신의 방송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면 '역대 최저가'나 '특별 경품'을 받을 수 있도록 판매 전략을 세운다.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하던 한국 제품들도 왕훙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매일유업이 올해 상반기 리자치와 함께 진행한 유제품 음료 생방송 판매 행사에서는 5분 만에 음료 제품 20만 개가 판매돼 1분당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동시 접속자 수는 1천315만 명으로 매출과 별도로 광고 효과까지 봤다.

실제 리자치의 방송 이후 해당 제품에 대한 중국 유통 업체의 문의가 빗발쳤고, 총 1천819개 매장에 신규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매일유업의 온라인몰 접속자 수와 매출액도 방송 전과 비교해 각각 315%, 678% 증가했다.

정연수 aT 중국지역 본부장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여가와 소비를 즐기는 '홈코노미'와 비대면 구매인 '언택트 소비'가 중국 시장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왕훙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 제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초기 시장 진입 시 왕훙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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