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총 쏴 죽게 했다' 소문에 미니애폴리스 심야 폭동ㆍ약탈

입력 2020-08-28 08:11
'경찰이 총 쏴 죽게 했다' 소문에 미니애폴리스 심야 폭동ㆍ약탈

흑인 용의자 자살이 경찰 사살로 잘못 전달…주방위군 출동

미니애폴리스, 조지 플로이드 숨진 곳…'오보' 따른 폭동 이어져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된 가운데 인근 미네소타주 최대 도시 미니애폴리스에서 '잘못된 정보'로 인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일어나 주방위군이 긴급 출동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소셜미디어상에서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미니애폴리스 시내에 수백 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고, 시위는 폭동·약탈·방화로 번졌다.

시위대는 '삭스 오프 피프스'(Saks OFF 5TH) 등 고급 매장을 약탈하고, 브리티쉬 펍(British Pub)에 불을 질렀으며,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 하우스(Ruth's Chris Steak House) 건물 유리창을 깼다. 또 경찰을 향해 폭죽과 빈 병을 던졌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극성 시위자 50여 명이 체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메다리아 아라돈도 경찰청장이 소문과 관련해 "흑인 살해 용의자가 미니애폴리스의 유명 쇼핑몰 '니콜렛 몰'(Nicollet Mall)에서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발표하고 사건 발생 90여 분만에 현장 인근 CCTV를 공개했지만, 격렬 시위와 폭동을 막지 못했다.

CCTV에는 용의자가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본 후 총을 꺼내 발사하는 장면이 담겨있으며, 경찰관 중 한 명이 용의자의 총을 발로 밀어낸 후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고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은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일 시카고에서도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는 잘못된 정보가 대규모 폭동과 약탈로 비화한 바 있다.

아라돈도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경찰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 뒤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과 파괴적 행동들로 인해 비극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미니애폴리스는 지난 5월 25일 비무장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하며 전국적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촉발한 곳이기도 하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민주농민노동당)는 미니애폴리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태 진압을 위해 주경찰과 주방위군을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월즈 주지사는 "플로이드 사태 후 미네소타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분열은 아무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이제 치유할 시간이다. 재건하고 회복해가야 한다"면서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동은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민주농민노동당)은 시위대를 "잘못된 소문에 동요돼 건물을 부수고 상점을 약탈한 폭도들"이라고 비난하며 28일 오전까지 야간 통행 금지령을 발령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