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물도 없다"…내전 중인 리비아서 분노하는 젊은이들

입력 2020-08-27 23:43
"전기도 물도 없다"…내전 중인 리비아서 분노하는 젊은이들

민생고 호소·부패항의 시위…통합정부는 코로나19 이유로 통행금지령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내전 중인 북아프리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젊은이들이 민생고를 호소하며 리비아통합정부(GNA)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트리폴리 등 리비아 서부를 통치하는 GN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전날 밤부터 통행금지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의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6일 553명, 27일 440명 등 연일 수백명을 기록하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리비아 시위대는 통행금지가 추가적인 집회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지난 23∼25일 트리폴리에서는 열악한 생활 여건과 관료들의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젊은이 수백명은 연일 트리폴리 도심 순교자광장에 모여 전기, 물, 연료 등의 부족에 항의하고 부패한 공무원들을 재판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언론에 "전기도 물도 없고 생활비는 비싸다. 월급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젊은이들은 26일 밤 통행금지령에도 순교자광장을 찾았다가 군·경에 의해 해산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무장한 남성들이 시위 참가자를 최소 6명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에 긴장한 파예즈 알사라즈 GNA 총리는 내각을 개편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리비아 젊은이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오랜 내전에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경제 악화에 따른 국민의 고통이 가중됐다.

국민들은 식량 등 생필품을 확보하기 쉽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GNA가 최근 휴전을 선언한 것도 악화한 민심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알사라즈 GNA 총리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모든 군 병력에 리비아 영토에서 전투와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내년 3월 의회 및 대통령 선거 실시를 제안했다.

그러나 리비아 동부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 측은 휴전 선언을 '언론 플레이'라며 비판했다.

리비아에서는 작년 4월 하프타르 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을 향해 서부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한 뒤 내전이 격화됐다.

이후 양측의 충돌로 민간인들을 포함해 2천여명이 사망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했으며 현재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 출신 인사가 주축인 GNA와 군벌 하프타르 세력으로 양분됐다.

유엔이 인정하는 GNA는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하프타르 사령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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