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야권 대선 후보 "필요하면 푸틴 대통령과 대화 용의"
"이미 외국정상과 많이 통화"…민스크서 야권 대선 불복시위 이어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동유럽의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에서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로 인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선에서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던 여성 야권 후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9일 대선에서 투옥된 남편을 대신해 야권 후보로 나서 10%의 득표율로 80%를 얻은 루카셴코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정국 혼란 사태 해결 논의를 위해 필요하면 푸틴 대통령과도 대화할 것이며 이는 자신에게 어려운 시련이 아니라고 말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이번 대선이 자유롭지 못하고 불공정했으며 개표 과정에서도 조작이 있었다면서 실제론 자신이 60~70%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 대선 후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있는 그는 "이미 많은 국가 정상들이 자신에게 전화를 해왔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오더라도 그와 대화할 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이행(정권 이양)이 이루어지고 나면 개인 생활로 돌아갈 계획"이라면서 "벨라루스가 자유를 얻는 데 주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정권 이양을 이루고 나면 곧바로 모든 후보가 참여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재선거를 실시해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자신은 정치에서 떠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벨라루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퇴진하고 나면 대선에서 사실상 승리한 티하놉스카야가 임시 대통령을 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티하놉스카야는 앞서 외국이 벨라루스 사태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벨라루스의 '형제국' 지위를 자임하는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친서방 정권교체를 우려해 서방 국가들의 벨라루스 사태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도, '내정개입 불가 원칙'을 내세워 루카셴코에 대한 직접적 지지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9일 대선 이후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통치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 결과로 이어진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투표 당일부터 연일 계속되고 있다.
26일에도 부정선거 결과 무효화, 재선거 실시,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약 1천500명이 시위를 벌였다.
보안요원들은 현장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해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지 수사위원회는 야권이 티하놉스카야 후보의 주창으로 정권 이양 준비를 위해 창설한 '조정위원회'의 정권 찬탈 시도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27일까지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 6명을 소환했다.
전날에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역시 조정위원회 간부회 임원을 맡고 있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2)를 소환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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