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두르는 해리스…"미국 여성 정치인 '통념 탈피' 증거"
펠로시·힐러리의 '금기'…해리스에겐 그냥 일상
WP "'집안일' 언급 꺼린 기존 여성 정치인과 달라"
"성공한 여성이 있는 그대로 자기 드러내는 사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요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책들을 소개하고, 특정 요리법에 대한 조언을 건네며, 식칼을 들고 직접 요리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취미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모습은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 '집안일'에 대한 언급을 꺼린 기존 여성 정치인들과 달라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후보는 성공한 여성들이 더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26일(현지시간) 평가했다.
그간 미국 여성 정치인들은 공개적 자리에서 가사(家事)에 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해왔다고 WP는 설명했다.
이는 고정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일례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008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남들이 자신을 요리와 연관 짓는 것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과거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공직을 제안하는 전화를 걸었을 때, 혹시 요리하는 중이냐는 질문으로 말문을 연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후 다섯 시에 내가 할 일은 요리밖에 없다는 그의 생각"에 화가 났다고 회고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집안일'에 대한 반발심을 표출한 바 있다.
그는 남편 빌 클린턴의 대선 캠페인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한 1992년, 일각에서 '야망이 너무 크다'는 비난이 나오자 인터뷰에서 "집에서 쿠키 굽고 차나 마셨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 직업(법조인)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대의 제니퍼 로리스 정치학교 교수는 이전부터 여성 정치인들은 짧은 머리, 화목한 가정, 육아를 위해 일을 잠시 중단한 경력 등으로 대표되는 일관적인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90년대부터 붕괴하기 시작했으며, 요리 사랑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해리스 후보가 대표적인 증거라고 그는 전했다.
그는 "정계에 진출한 여성이 훨씬 많아졌고 이들의 취미나 스타일은 다양해졌다"며 "모두가 따라야 하는 한 가지 길은 없다"고 설명했다.
WP는 해리스 후보는 요리를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 출마 당시 아이오와주의 한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 준비했으며, 17살 지지자와 쿠키를 굽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저소득층 영양보충 지원프로그램(SNAP) 확대 법안을 지원하고, 식료품 체인들에 직원들의 재난지원금을 끊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칼럼을 발표하는 등 식품 관련 현실 정책에 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민주당 커뮤니케이션 고문인 트레이시 세플은 해리스 후보의 이런 행보가 '개인 브랜딩'이 중요한 소셜 미디어 시대에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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