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모양을 보여주세요" 청각장애인 위한 '투명 마스크' 운동

입력 2020-08-27 12:43
"입모양을 보여주세요" 청각장애인 위한 '투명 마스크' 운동

입모양 봐야 소통 가능…"투명 마스크 가격 낮추고 공급 늘려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면서 입모양을 보며 소통해야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이들은 수화와 함께 입모양과 얼굴 표정을 읽어야 정확한 소통을 할 수 있는데 마스크가 입 주변을 통째로 가리면서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투명 마스크' 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7일 보도했다.

세계청각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청각장애인은 7천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시대 이들에게는 입주변이 투명하게 보이는 '투명 마스크'가 필요하다.







유튜버들이 시작한 투명 마스크 쓰기 운동에는 미국 대학풋볼 '수입왕'으로 유명한 앨라배마대 닉 세이번 감독과 프랑스에서 장애인 인권을 담당하는 소피 클루젤 장관도 참여했다.

또 캐나다 퀘벡주는 최근 의료망을 통해 10만개의 투명 마스크 공급을 명령했고, 미국 의약품 회사 클리어마스크는 최근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병원과 학교, 소매점에 공급할 수술용 투명 마스크 제조 허가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4월부터 투명 마스크를 만들어온 한 청각장애인 부부는 "입 모양을 보지 않고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투명 마스크는 물량도 부족하지만 일반 마스크보다 제조 단가가 비싸다. 이에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투명 마스크를 조달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클루젤 장관은 "투명 마스크 쓰기 운동으로 마스크 생산이 늘어날 것이고 이후 생산단가와 판매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명 마스크가 비단 청각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등교 수업이 진행돼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학생과 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상황에서 교사가 마스크로 입을 가리면 아무래도 전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삿포로의 한 대학에서 가르치는 로리 번햄 교수는 "학생들이 내 표정과 입모양을 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투명 마스크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워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