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학살·반군 충돌 이어 코로나 급증…라카인주 시련 연속

입력 2020-08-27 11:36
로힝야 학살·반군 충돌 이어 코로나 급증…라카인주 시련 연속

미얀마 전체 코로나 확진자의 30% 넘어…'봉쇄 조치' 전체로 확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의 무슬림계 소수 로힝야족 학살에 이어 불교계 소수 아라칸족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반군과 정부군 간 충돌 격화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까지.

300만명 이상이 사는 미얀마 내 가장 가난한 라카인주에 수년째 시련이 끊이질 않고 있다.

27일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AFP 통신에 따르면 최근 라카인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얀마 정부는 전날 자택 격리 조치를 시트웨 및 인근 지역에서 주 전역으로 확대했다.

라카인주에서는 지난 16일 재확산 이후 모두 180명의 코로나19 지역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미얀마 전체 확진자 580명의 31%에 달한다.

미얀마 정부는 라카인주 주민들에게 집 안에 머무를 것을 촉구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한 가구당 한 명만 생필품을 사러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미얀마 보건 당국은 시트웨 지역 시장을 지역감염 확산의 진원지라고 보고 있다.

라카인주는 미얀마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힌다. 당연히 의료 시설도 열악하다.

여기에 13만명가량의 로힝야족이 주도인 시트웨 지역 인근의 캠프에 갇혀있다시피 생활하고 있다.

비좁은 환경에다 이동의 자유까지 심각하게 제약을 받다 보니 코로나19 확산 공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교도 통신은 10가구가 집 한 채에서 끼여 사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주류 불교도인 미얀마인들의 시선이 더 곱지 않게 됐다.

라카인주에서는 앞서 2017년 8월에는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반군이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미얀마군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그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3년이 지났지만, 시민권 부여·안전 보장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송환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 사건 이후 라카인 북부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이 충돌하고 있다.

유엔 등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미얀마 정부군과 불교계 소수 라카인족(또는 아라칸족)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반군 아라칸군(AA)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간 충돌로 이미 16만여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 라카인주 내 151개 난민촌으로 피신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정부는 라카인주(州) 8곳 및 친주 1곳 등 9개 지역에서 인터넷이 반군 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며 1년간이나 접속을 차단해 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샀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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