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들 앞 흑인피격' 시위격화속 2명 총격 사망…자경단과 충돌(종합2보)

입력 2020-08-27 01:37
수정 2020-08-27 15:03
'세아들 앞 흑인피격' 시위격화속 2명 총격 사망…자경단과 충돌(종합2보)

비상사태 선포된 가운데 사흘째 시위…"무장한 남성이 총 쏴"



(서울·뉴욕=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강건택 특파원 = 미국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에 대한 경찰의 과잉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총격 사망 사건까지 벌어졌다.

'블레이크 사건'이 일어난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25일(현지시간) 사흘째 심야 시위가 벌어지던 중 총격으로 2명이 숨졌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밤 11시45분께 시위 참가자들이 자경단원들로 추정되는 무장한 남성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총격이다.

최소 3명이 총탄에 맞았고, 사망자 외에 나머지 1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을 보호하겠다"면서 총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한 그룹이 시위대와 말다툼을 벌였고, 이후 주유소 인근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커노샤 카운티의 데이비드 베스 경찰국장은 현지 언론에 "그들은 자경단 같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동안 무장한 사람들이 밤마다 거리를 순찰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당시 반자동 소총을 들고있던 젊은 백인 남성이 군중과 경찰관들에게 쫓기는 장면이 나온다. 누군가 "저 사람이 무슨 짓을 했느냐"고 묻자, 다른 사람이 "사람을 쐈다"고 답한다.

이 백인 남성은 달리다가 넘어진 뒤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사람들을 향해 서너발을 쐈고, 최소 2명이 총탄에 맞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총격 후 다시 일어나 걸어가던 이 남성은 경찰 순찰차와 맞닥뜨렸고 사방에서 '사람을 쐈으니 체포하라'는 함성이 터져나왔지만, 순찰차들은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베스 경찰국장은 이 남성이 자경단의 일원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 "곧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심야 시위는 2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블레이크가 하반신을 못 쓰게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가 한층 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위스콘신주에 비상사태를 선포됐고, 커노샤에는 주방위군 250명이 투입됐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커노샤 카운티 이사회는 민주당 소속인 에버스 주지사에게 주 방위군 2천명을 추가 투입하라는 서한을 보낸 데 이어 26일 다시 1천500명을 보내달라고 2차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 카운티와 가게, 집들이 공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론 존슨(공화) 상원의원과 브라이언 스테일(공화) 하원의원은 에버스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방 병력 투입을 승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주지사는 위스콘신에서 주방위군을 불러야 한다"며 "문제를 빨리 끝내라!"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블레이크는 경찰의 여러 발 총탄에 맞아 쓰러졌고, 당시 그가 쓰러진 차 안에 어린 아들 3명이 타고 있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미 전역의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이후 석달 동안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져 파장이 크다.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 사태는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넘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디에이고, 포틀랜드 등 미 전역의 주요 도시들로 확대되고 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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