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전대] '재선위해 대통령 권한 남용' 트럼프 사면·귀화 이벤트 논란
미 언론 "정치이득 노린 뻔뻔한 공직 이용"…귀화행사 해치법 위반 논란도
폼페이오 '중동 원정연설'·백악관 수락연설 이어 말많고 탈많은 원맨쇼 '시끌'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인 25일(현지시간) 사면과 신규 시민권자 귀화 이벤트를 전대 행사로 활용, 다시 한번 논란에 휘말렸다.
가뜩이나 대통령이라는 공직을 재선을 위한 개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론에 직면한 가운데 권한 남용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말 많고 탈 많은 떠들썩한 '원맨쇼'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전당대회 첫날인 전날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후보 지명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파격을 연출하고 밤 행사에도 두차례에 걸쳐 깜짝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어김없이 '출연'했다.
이날 방영된 2개의 동영상 가운데 하나는 은행 강도 혐의로 체포된 뒤 출소 후 비영리기구 '재소자들을 위한 희망'을 출범, 재소자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존 폰더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하나는 미국 시민권을 새롭게 딴 신규 시민권자들의 귀화 행사를 주재하는 것이었다. 두 행사 모두 사전에 녹화된 뒤 전당대회 중에 방영됐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폰더를 사면하면서 "폰더의 인생 이야기는 구원의 힘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증거"라며 "나는 재소자 출신들을 포함, 모든 미국 국민에게 새로운 삶을 건설하고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최상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16년 전 폰더를 체포한 뒤 '좋은 친구'가 된 연방수사국(FBI) 요원 출신 리처드 비즐리도 함께 등장했다. 폰더는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면장을 받던 도중 북받친 듯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명의 '새내기' 미국 시민들의 귀화 행사에서는 "미국 시민이 되는 것보다 더 큰 영예와 특권은 없다"며 "여러분은 이제 지구상 가장 위대한 나라의 동료 시민이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증진하기 위해 두차례에 걸친 '깜짝 등장'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가장 세간의 이목을 끄는 정치 행사기간 현직의 권한을 과시한 셈으로,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직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더 키워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재선을 위해 현직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이용했지만,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 같은 조치들이 뻔뻔하게도 이뤄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CNN은 꼬집었다.
CNN은 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전면적 특권으로, 이날 연출된 두 장면이야말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직을 이용한 가장 직접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시도 차원에서 정부의 도구를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정식 장관으로 지명된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이 귀화 행사를 진행한 것을 놓고는 당장 해치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해치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무 중에 혹은 공직에 따른 권한을 동원해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해 공직자의 정치활동에 연방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WP는 정치적 전당대회 기간 행정부 당국자가 이러한 공식적 행위를 하는 것은 연방법 상의 정치 및 공직 관련 제약들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두 행사는 이번주 전당대회 기간 내내 백악관이 여러 행사의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따른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당대회의 피날레인 27일 후보 수락연설을 백악관에서 열기로 한 것을 놓고도 이미 해치법 위반 논란에 직면한 상태였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이날 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찬조연설을 하기에 앞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진행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더욱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 중 예루살렘에서 녹화하는 방식으로 찬조연설에 나선 것을 놓고 해치법 위반 논란 등으로 시끌시끌한 상황이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다음날 수락연설을 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을 보낸 인디애나주 링컨시티에 있는 생가를 배경으로 행정부의 지원을 받은 6명의 일반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9분짜리 동영상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동영상 제목도 '링컨'으로, 링컨 전 대통령을 선망의 대상으로 꼽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와 중첩 시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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