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P2P 금융도 제도권…옥석가리기 시작된다
누적대출액 11조원·연체율 16%…부실·사기 '잡음'
1년 후부터는 등록업체만 영업…"규제받으며 건전업체 중심으로 재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개인 간 거래(P2P) 금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온투법)이 오는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그동안 중금리 대출·투자시장을 개척한 '혁신금융'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잇따른 사기·횡령 사건으로 P2P 금융업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앞으로 업체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 급성장한 P2P 금융시장…연체율 경고에 먹튀 '잡음'
P2P 금융이란 온라인을 통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이다. 1·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빌려주는 시스템으로, 대안 금융으로 주목받았다.
26일 P2P 금융 통계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업계 누적 대출액은 총 11조2천654억원이다.
2017년 말 1조6천820억원에서 2018년 말 4조7천660억원, 2019년 말 8조6천505억원 등 급속도로 늘었다.
업체 수도 꾸준히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말 183개였던 P2P 금융업체는 2018년 말 205개, 2019년 말 237개, 올해 6월 기준 241개로 집계됐다.
시장은 커지는데 연체율(30일 이상)도 치솟는 추세다. 미드레이트 집계 기준 연체율은 2017년 말 5.5%에서 이듬해 10.9%, 11.4%를 기록하다 지금은 16.3%까지 올랐다.
투자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사기·유사수신 혐의 등으로 P2P 금융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일이 계속됐다. 동산담보를 취급하는 팝펀딩과 넥펀의 대표가 각각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부실 대출금을 '돌려막기'하다 구속됐다.
투자금 570여억원에 달하는 블루문펀드의 대표는 이달 초 돌연 폐업하고 잠적했고, 연체율 0% 수준으로 공시된 시소펀딩과 탑펀드에서도 원금상환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 내일부터 온투법 시행, 진입장벽 금융업으로 인정 진입장벽 높아
온투법 시행으로 우선 달라지는 것은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P2P 금융이 제도권 금융으로 정식 편입된다는 점이다.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래 17년 만에 탄생한 금융산업법인 온투법은 금융 신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온투법이 시행되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업체만 P2P 금융사업을 할 수 있다.
등록을 위해선 연계 대출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자기자본요건(5억·10억·30억원)을 충족해야 한다. 투자금과 회사 운용자금을 분리해 관리하고, 정보 공시 및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했다. 고위험 상품 취급은 제한된다.
상시 준법감시인 선임, 전산 전문인력 2명 배치, 전산장비·통신수단·보안 설비 구축 등의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업체들은 유예기간(1년)이 끝나기 전까지 정식 등록을 마쳐야 하므로 이 과정을 통해 부실업체는 상당수 걸러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P2P 대출 투자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지난달 모든 P2P 금융업체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이날까지 감사보고서를 받아 회계법인에서 '적정' 의견을 받은 업체에 한정해 등록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적격하거나 제출하지 않은 업체는 현장 점검을 거쳐 대부업으로 전환하거나 폐업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한 P2P 금융업체 관계자는 "비용과 인력 투입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영세한 업체에서는 급하게 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일단 업체의 재무 건전성을 근거로 심사 대상을 거르는 문턱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루문펀드와 팝펀딩은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각각 '한정', '거절'을 받았다.
◇ 대형 건전업체는 준비 한창…"중금리 시장 대안" 기대
일부 부실업체를 제외하면 상당수 대형업체는 제도권 진입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준법감시인, 변호사, 전산 전문인력 등 법에서 요구하는 인적 요건을 갖췄다. 신규 준법감시인들은 주로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이들로 채워졌다.
또 공시요건에 맞춰 재무·경영현황, 상품 유형별 건전성 지표, 차입자 정보 등을 정비했다. 내부통제규정과 이해상충방지체계 등의 시스템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 업체들은 수면위로 떠오르고, 시장이 소수의 적격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제재를 통해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국내외 대형 금융기관의 투자가 허용됨에 따라 미국처럼 검증된 소수업체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받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업체도 나올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법적 시스템과 대형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은 그동안 P2P 금융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큰 벽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기존 여신업권이나 인터넷은행이 규제와 수익성 문제로 해결하지 못했던 중금리 여신 시장에서 대안 금융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애초 업계에서 법 제정을 바랐던 이유가 규제가 많아지더라도 정부의 투명한 관리·감독을 받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며 "신산업이 자리를 잡는 과정으로 본다"고 전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