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아들 앞 흑인 피격에 이틀째 격렬시위…"건물 3채 불타"
위스콘신주 커노샤서 수백명 거리항의…경찰, 최루탄 동원
주방위군 125명 투입…피해자 가족 "평화 시위 해달라"
트럼프 장남 "민주당 이기면 당신 근처서 불날 수도" 조롱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세 아들 앞에서 경찰이 수차례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후 이틀째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는 수백명이 전날에 이어 시위를 벌였다고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당국은 이날 오후 8시부로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서 경찰에 항의했다.
시위대는 커노샤 카운티 법원 인근으로 모여 폭죽을 터뜨리고, 이들을 해산하려는 경찰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 이들은 대형 스피커로 경찰을 비난하는 노래를 틀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동원해 대응했다. 하늘에선 헬기들이 날아다녔다고 CNN은 전했다.
시위 과정에서 덤프트럭 한 대와 가구 상점 등 적어도 건물 3채가 불에 탔고 가로등 몇 개가 쓰러졌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주요 기간시설과 소방관 등의 보호를 내세우며 이 지역에 주방위군 125명을 투입했다.
커노샤에선 전날에도 화염병과 벽돌 등이 동원된 격렬한 시위가 전개됐다.
당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이 등 바로 뒤에서 7차례 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영상이 온라인으로 확산한 지 수 시간 만에 거리에 시위대가 몰렸다.
이후 총격 당시 블레이크가 쓰러진 차량 안에는 그의 3세와 5세, 8세 등 아들 3명이 타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경찰은 더욱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블레이크의 변호인은 당시 그가 다른 주민들 간 싸움을 말리려는 중 경찰 총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피격 후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블레이크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라고 변호인은 전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영상에 등장하는 경찰 2명이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블레이크의 피격 사건은 지난 5월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전국적으로 이어져온 인종차별 및 경찰폭력 항의 시위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블레이크의 삼촌은 CNN에 출연해 주민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는 정의를 원하고 결국 얻을 것"이라면서도 "지역 전체를 허물어놓지 않으면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전 커노샤 시위대를 조롱하는 투의 트윗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건물이 불타고 있는 영상과 함께 "여러분, 민주당이 11월에 승리하면 당신이 사는 곳 근처에 바로 이런 장면이 펼쳐집니다"라며 "이게 당신 뒷마당에 올지 여부는 당신에게 달렸다"라며 비꼬았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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