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치료중인 독일 병원, 체내서 신경작용제 성분 발견(종합)

입력 2020-08-25 01:18
수정 2020-08-25 14:36
나발니 치료중인 독일 병원, 체내서 신경작용제 성분 발견(종합)

독일 정부 "나발니, 독극물 공격당했을 가능성 있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러시아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체내에서 농약과 신경작용제 등의 약품에 사용되는 성분이 발견됐다.

24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가 입원 중인 베를린 샤리테병원은 검진 결과 체내에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가수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제제로, 농약과 신경작용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품에 사용된다.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는 알츠하이머 치료에도 사용되는데, 구토와 행동 불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샤리테병원은 나발니가 노출된 구체적인 물질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샤리테병원은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나발니가 여전히 혼수상태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면서 나발니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공교롭게도 최근 러시아에서 (독극물 공격) 의심 사례가 있었다"면서 러시아 당국 측에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샤리테병원에는 나발니의 신변 보호를 위해 독일 연방정부 요원들과 경찰이 배치된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오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나발니가 탑승한 항공기는 시베리아 옴스크에 비상 착륙했고 그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발니 측은 독극물에 중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발니는 독일의 시민단체 '시네마평화재단'이 보낸 항공편으로 지난 22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샤리테병원은 베를린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으로 2018년 나발니와 마찬가지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쓰러진 러시아의 반체제 록그룹 리더 표트르 베르질로프도 치료한 바 있다.

베르질로프는 모스크바에서 법원 심리를 마친 뒤 갑자기 쓰러져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샤리테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의료진은 독극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베르질로프는 러시아 정보당국에 의한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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