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전 국왕 혼외딸 "범죄자였어도 친자확인했을 것"

입력 2020-08-24 13:55
벨기에 전 국왕 혼외딸 "범죄자였어도 친자확인했을 것"

"공주 지위·왕실 재산 욕심 없어…자식들이 믿도록 해주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아버지가 동물원 사육사거나 범죄자였더라도 친자 확인을 받았을 겁니다."

알베르 2세 전 벨기에 국왕(86)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해 올 초 혼외딸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은 델피네 뵐(52)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공주라는 지위에 연연해 소송한 것이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벨기에 왕가의 상징인 금발과 푸른 눈을 지닌 뵐은 알베르 2세가 왕위에서 물러난 2013년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뵐은 "(친자 확인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신분이 상승했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면서 "예전부터 만나던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왕실의 일원이라고 할 때마다 '제정신이냐'고 되묻던 두 자식이 믿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면서 "그저 진실이 밝혀지길 원했다"고 친자 확인 소송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뵐은 그러면서 물질적인 이유로 친자 확인 소송을 낸 것도 아니라고 부인했다.

알베르 2세의 네 번째 자녀로 인정받은 뵐은 그의 재산 8분의 1을 상속할 권리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뵐은 "어머니의 전 남편이자 벨기에의 철강왕인 자크 뵐(91)은 왕실보다 훨씬 더 부유하다"면서 "(왕실 재산 상속은) 법원에 가게 된 이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뵐 가족의 재산은 14억파운드(약 2조1천848억원)에 달한다. 이는 알베르 2세의 재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친자 확인 소송으로 벨기에에서 유명인사가 된 그는 "일부 사람들은 나를 골칫거리나 어이없는 존재로 여겼지만 마침내 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뵐은 1968년 당시 왕자였던 알베르 2세와 시빌 드 셀리 롱샴 남작부인과 사이에서 태어났다.

알베르 2세는 이탈리아 공주였던 파올라 루포 칼라브리아와 결혼해 이미 세 자녀를 둔 상태였다.

뵐은 "어릴 적 알베르 2세를 자주 만났다"면서 "그를 '파피용'(나비)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고 친부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알베르 2세는) 내게 선물과도 같았다"면서 "그의 무릎에 앉아서 칭얼댔던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든지 원하면 연락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끔이나마 알베르 2세와 연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고 그가 국왕의 지위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모르는 척해도 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뵐은 2001년 이후로 알베르 2세와 연락할 수 없었으며, 어머니인 시빌 드 셀리 롱샴 남작부인이 앓아누웠다는 소식을 편지로 전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알베르 2세가 갑작스럽게 관계를 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으나 1999년 국왕이 오랜 기간 혼외관계를 유지했다는 내용이 담긴 부인 파울라 전 왕비의 전기가 출간된 것이 그 계기로 추정된다.

뵐은 가까스로 알베르 2세와 통화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은 "너는 나의 딸이 아니다"였다고 회고했다.

첼시예술대를 졸업한 뵐은 이후 예술작품을 통해 알베르 2세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는 알베르 2세의 빨랫감이 되어 세탁기 밖을 바라보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알베르 2세는 지난 1월 성명을 내고 자신이 뵐의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뵐과 관련해) 사회적 또는 교육적 결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뵐을 겨냥해 "가족을 바꾸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성명에 대해 뵐은 "언제나 부모님을 지키기 위해 친부가 누군지에 대해 함구해왔다"면서 "배신감을 느꼈으며 아직도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뵐은 다음 달 법원에 출석해 벨기에 왕가의 성을 따를 예정이다.

그는 알베르 2세와의 재회가 이른 시일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친부와 만날 의향을 내비쳤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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