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자력청 "나탄즈 핵시설 화재는 의도적 파괴 행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폭파 공작설 제기
"IAEA, 이란 미신고 핵시설 관련 유력한 증거 제시해야"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지난달 2일(현지시간) 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시설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가 외부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고 23일 밝혔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날 밤 이란 국영방송의 아랍어 채널 알알람과 인터뷰에서 "안보 당국의 조사 결과 나탄즈 시설의 화재는 사보타주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그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 당국이 폭발 경위나 폭발물 등 사건 전모를 적당한 시점에 발표할 것"이라며 "파괴된 시설을 대체하는 건물 2동이 분리된 곳에 완공돼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탄즈 핵시설 단지는 지하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이다.
지난달 2일 이곳에서 불이 났을 때 이란 당국은 오래된 비품을 쌓아둔 창고가 불에 탄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가 사흘 뒤인 5일 '심각한 피해'가 났다고 시인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당시 국영 IRNA통신에 "더 많은 신형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불이 난 건물에서 생산될 예정이었다"라며 "인명 피해는 없지만 계측 장비와 정밀한 설비가 화재로 일부 파괴돼 상당한 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5일 중동 지역의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나탄즈 핵시설 단지 화재는 이스라엘이 한 일"이라며 "이스라엘이 그 건물에 설치한 강력한 폭발물이 터졌다"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스라엘 또는 미국이 쏜 미사일이나 무인기 공격, 심지어 이란 영공을 몰래 침입한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의 폭격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미신고 핵시설을 2곳을 운용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23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IAEA에 핵시설 접근을 막겠다고 한 적이 없다"라며 "그러나 IAEA가 그런 주장을 하려면 유력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신고 핵시설을 운용한다는 IAEA 주장은 간첩 행위로 만든 의혹에 기반했다"라며 "그들이 지목한 시설 2곳을 사찰한 뒤 다시는 추가로 의혹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찰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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