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선진국들 부채 2차대전 이후 최악"

입력 2020-08-24 04:11
"코로나19에 선진국들 부채 2차대전 이후 최악"

선진국 부채, 세계 GDP의 128%…"전쟁 중에 지출은 문제안돼"

2차대전 후와 상황달라…'높은 부채의 시대' 받아들이게 될 것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주요국 부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불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7월 현재 선진 경제 국가들의 부채가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128%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24%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명예학장은 "(코로나19를) 전쟁에 빗대는 것은 정확한 비유"라며 "우리는 외적이 아닌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고 지출 수준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쟁' 이후의 전망은 그때와 지금이 딴판이다.

2차 대전 후에는 급속한 글로벌 경제성장 덕분에 선진국 채무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지만, 코로나19와 사투 중인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인구구조, 기술, 느려진 성장속도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 전쟁 후 1950년대까지 성장률은 프랑스와 캐나다가 연 5%, 이탈리아가 연 6%, 독일과 일본이 연 8% 이상에 달했고, 미국도 연 4%에 육박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영국, 독일의 성장률은 연 2% 안팎에 불과하고, 일본과 프랑스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 재무부 차관을 지낸 네이선 쉬츠 푸르덴셜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0년 동안 그 절반만 돼도 우리에게는 행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인구증가율 둔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도 '포스트 2차대전'과 같은 경제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1960년대 초까지 주요 7개국(G7) 인구증가율이 모두 연 1%에 육박했지만, 지금 일본과 이탈리아는 인구가 감소하는 중이다.



인플레이션 상황도 70여년 전과는 정반대다.

세계대전 후 선진국들의 임금과 물가 통제 완화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정부 부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줬지만, 오늘날에는 막대한 경기부양 지출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저금리 기조는 2차 대전 후와 코로나19 사태 후가 마찬가지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낮은 성장률, 노동시장 붕괴, 저물가 등의 이유로 초저금리 정책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정부 부채의 시대를 '뉴노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이 장기금리를 낮추고 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해당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민간에 진 빚은 그렇게까지 큰 부담은 아니라는 평가다.

미 국채 26조달러 중 4조달러 이상을 연준이 보유 중이고, 일본은 11조달러의 채무 중 4조달러 이상을 중앙은행이 보유 중이다.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부채가 늘어난 일본의 경우에는 정부 부채가 GDP의 200%를 훌쩍 넘는데도 별다른 재정위기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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