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자 어휘 꺼내든 트럼프…"딥스테이트, 백신개발 발목"

입력 2020-08-23 04:45
음모론자 어휘 꺼내든 트럼프…"딥스테이트, 백신개발 발목"

FDA 내 기득권 집단 존재 기정사실화…증거는 제시 안 해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의 어휘를 빌려 식품의약국(FDA)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FDA 내 딥 스테이트가 제약회사들이 백신과 치료제를 테스트하기 위해 실험자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FDA가 자신의 재선에 타격을 주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실험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FDA 내 딥 스테이트의 존재나, 이들이 고의로 백신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딥 스테이트는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이 즐겨 쓰는 단어다.

이들은 미국 정부 내부의 기득권 세력인 딥 스테이트가 민주당과 연결됐고, 인신매매한 아동의 피를 마시는 악마숭배 의식까지 치른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딥 스테이트로부터 미국을 구할 일종의 구세주로 간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FDA를 압박하면서 굳이 딥 스테이트라는 어휘를 사용한 것은 최근 정치적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는 큐어넌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에도 큐어넌에 대해 "나라를 사랑한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자신이 치료제로 선전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 사용 승인을 FDA가 취소했다는 내용이 담긴 다른 트위터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많은 의사와 연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FDA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비판했다.

z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