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성소피아 이어 카리예박물관도 이슬람 사원 전환
에르도안 지시…"코로나발 경제위기 속 보수 지지층 결집의도"
정교회·가톨릭계 "또 하나의 도발"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터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전환한 지 한 달여 만에 또 다른 박물관을 모스크로 변경하기로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카리예 박물관을 모스크로 전환할 것을 공식 지시했다고 AFP,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카리예 박물관은 종교당국에 넘겨져 향후 이슬람 신자들의 기도회를 위해 개방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카리예의 박물관의 '지위'를 취소해 모스크 전환의 길을 터줬다.
4세기 초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 성벽 인근에 건립된 이 건물은 14세기에 현재 모습을 갖췄다.
'최후의 심판'을 묘사한 프레스코화 등 건물 내부에 비잔틴 시대 '보화'로 칭송받는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가 가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교회 교회로 활용되다가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후 모스크로 전환됐다.
세계 1차대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은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1945년 이 교회를 카리예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정교회 시설로 세워져 모스크로 전환됐다가, 오스만 제국 멸망 후 박물관으로 바뀐 역사는 성소피아 모스크와 유사하다.
앞서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달 10일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했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개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성소피아와 카리예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속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카리예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정교회 및 가톨릭계는 크게 반발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전 세계의 종교인들에 대한 또 하나의 도발"이라며 터키 정부를 비판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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