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CO₂ 농도 높아지면 일부 식물 더 왕성하게 성장

입력 2020-08-21 15:42
대기 중 CO₂ 농도 높아지면 일부 식물 더 왕성하게 성장

고대 나뭇잎 화석 분석 결과…"희소식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복잡"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가 늘어나면서 지구 기온이 올라 걱정거리가 되고 있지만,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 때 CO₂를 이용하는 식물은 더 왕성하게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에 대해 사실상 미라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약 2천300만년 전의 나뭇잎 화석들이 답을 줬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고식물학자 타모 라이히겔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뉴질랜드 남섬의 더니든 인근 고대 호수 바닥에서 발굴된 나뭇잎 화석을 분석해 일부 식물이 대기 중 CO₂를 더 효율적으로 빨아들이며 광합성을 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과거 기후'(Climate of the Past)를 통해 발표했다.

당시 대기 중 CO₂ 농도가 높고 일부 식물이 효율적으로 광합성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있었지만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처음이다.

컬럼비아대학 라몽-도허티 지구관측소에 따르면 연구팀은 현재는 말라 버린 고대 호수 바닥을 100m까지 파고 들어가 아열대 상록수림의 나뭇잎 화석을 발굴했다.

이 나뭇잎들은 미세 입맥과 기공까지 드러날 정도로 보존 상태가 완벽했으며, 일반 화석과 달리 원래 화학적 성분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파울덴 마르'(Foulden Maar)라고 부르는 이 고대 호수는 약 1㎞ 너비의 사화산 분화구에 형성된 것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3~7도가량 높았던 중신세(Miocene) 초기의 식물과 조류, 곤충 등이 호숫물 속으로 떨어져 퇴적물과 함께 층층이 쌓여있다.

중신세 때는 극지방의 얼음이 많이 사라졌던 고온기이지만 해양 유기체를 통해 추론한 대기 중 CO₂ 농도는 약 300ppm에 불과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당시의 높은 기온과 맞지않아 고기후학자들에게 혼선을 줘왔다.

그러나 이번 나뭇잎 화석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층에서 발굴된 6종의 나뭇잎에 남아있는 탄소 동위원소를 분석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300ppm이 아니라 450ppm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함께 잎의 기공 구조와 형태 등을 지금의 나뭇잎과 비교해 고대 나뭇잎이 CO₂를 매우 효율적으로 빨아들이고 수분은 적게 배출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너무 건조해 숲이 형성될 수 없는 한계 지역에서도 나무가 자랄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식물이 CO₂를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며 광합성을 하는 것이 희소식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고 했다.

이른바 '탄소 비료 효과'가 모든 식물 종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효과가 있는 식물종도 기온이나 영양분 등 주변환경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기본적으로 식물이 흡수를 늘리는 CO₂ 양이 인간이 배출하는 양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식물들이 온화한 기후와 낮은 CO₂에서 진화해와 높은 CO₂와 이에 따른 기온 상승, 강우량 변화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현재 대기 중 CO₂ 농도는 415ppm으로 2040년께는 파울덴 마르의 숲이 경험한 것과 비슷한 450ppm에 도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하게 제시되는 수십년, 수백년 뒤 기온 추정치가 대충은 들어맞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라몽-도허티 지구관측소의 고기후학자 윌리엄 단드레아는 "이번 연구는 식물이 CO₂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더해 기온이 CO₂ 수치에 따라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관해 더 큰 확신을 준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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