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미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서울 면적 2배 넘게 태워

입력 2020-08-21 04:00
번지는 미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서울 면적 2배 넘게 태워

코로나·폭염·대기오염까지 사중고…주민 수만명 대피·공군기지도 대피령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폭염과 대형 산불, 대기 오염 등의 재난이 겹치면서 사중고를 겪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중부를 덮친 대형 산불군(群) 가운데 가장 피해가 심각한 'LNU 번개 복합 파이어'가 2배로 커지며 피해 면적이 13만1천에이커(약 530㎢)로 확대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서쪽으로 약 64㎞ 떨어진 베리예사 호수를 에워싸고 발생한 이 산불은 인구 10만명의 도시 배커빌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주택 105채와 다른 건물들을 전소시켰고 이 밖에도 3만500여동의 건물이 위험한 상태라고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캘파이어)은 밝혔다.

또 솔라노카운티에 있는 트래비스 공군기지는 모든 비(非)필수 인력들에 대피를 명령하고 이 기지 북쪽에 있는 80번 고속도로를 잠정 폐쇄했다. 배커빌에서 남동쪽으로 16㎞ 떨어진 이 기지에는 1만4천여명의 현역 군인과 예비군 등이 근무하고 있다.

이 산불의 영향권에 있는 소노마카운티는 19일 밤 인구 1만2천명 규모의 힐즈버그에 대피 경보를 내렸다.

이 산불 진화 과정에서 2명이 숨졌다. 물을 투하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몰고 가던 조종사가 프레즈노카운티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고, 전기·가스업체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 직원 1명도 솔라노 카운티에서 소방관들을 위해 전선을 치우다 사망했다.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동쪽에서 발생한 'SCU 번개 복합 파이어'로 새너제이 일부 지역에도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이 산불은 지금까지 13만7천475에이커(약 556㎢)를 불태웠으나 다행히도 대부분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곳이다.



또 실리콘밸리 남서쪽에서 발생한 'CZU 오거스트 번개 복합 파이어'로 캘리포니아주의 가장 오래된 주립공원인 빅 베이신 레드우드 주립공원은 광범위한 피해를 봤다.

이 주립공원은 수령이 1천∼2천년에 달하는 장엄한 레드우드 숲 사이로 난 128㎞ 규모의 도보 오솔길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번 산불로 주립공원 본부와 캠프장 등이 파괴됐다.

캘리포니아주에 따르면 24개가 넘는 공원이 산불로 인해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 폐쇄됐다.

CZU 파이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이날 오전까지 4만에이커(약 162㎢)로 확대됐고, 주민 2만8천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다.

캘파이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북부·중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지금까지 모두 거의 35만에이커(약 1천416㎢)가 탔다. 서울 전체 면적(605㎢)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산불의 상당수는 폭염 속에 벼락에 의한 불씨로 시작된 뒤 바람을 타고 번졌다. 폭염과 바람 부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산불이 생겨나고 또 산불끼리 합치면서 세력을 키우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19일에는 대형 산불만 24건이 보고됐고 이 밖에도 작은 산불 300여건이 곳곳에서 산림을 태우고 있다.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은 수만명에 달한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퍼지면서 공기질도 크게 나빠졌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대기질은 전날보다 개선됐지만 배커빌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건강에 나쁨' 수준이다.

산불 지역에서 먼 곳에서도 대기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고 차나 뒷마당에는 재가 쌓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대피소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네바다주 리버사이드와 캘리포니아주 콘트라코스타카운티에서는 많은 대피 주민들이 통상 대피소로 쓰이는 고교 체육관 대신 비상 호텔로 보내졌다.

대피 주민들을 지원하는 사회단체 푸엔테의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대피자들을 돕는 일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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