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궁, 강한 정자 선택해 수정 과정 주도한다

입력 2020-08-20 14:34
여성 자궁, 강한 정자 선택해 수정 과정 주도한다

난자에 없는 면역 유전자 지닌 정자 선호

자손 면역력 높이려 화학물질 분비해 정자에 영향

개인 특성 고려한 불임 진단 가능해질 듯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여성의 자궁이 화학물질을 분비해 후손의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정자를 선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자가 기본적으로 강하고 빠를수록 수정에 유리하다는 기존 상식과는 다른 결과다.

이스턴 핀란드대 연구진은 19일(현지시간) 여성 9명과 남성 8명으로부터 받은 자궁경부 점액과 정자를 결합해 비교한 결과, 난자에 없는 면역 유전자를 지닌 정자들의 활동력이 그렇지 않은 정자에 비해 좋았음을 밝혀냈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자궁경부를 덮고 있는 끈끈한 점액은 정상적인 정자들의 이동을 돕고 비정상 정자들의 운동을 차단해준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정자들이 자궁경부 점액에 영향을 받는 정도는 유전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난자와 다른 면역 유전자를 가진 정자일수록 운동력과 생명력이 강했다.

또 정자의 표면에는 유전적으로 다른 분자를 감지할 수 있는 후각 수용체가 있고, 난자는 상이한 유전 특성을 지닌 정자에 반응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했다.

앞서 지난 6월 비슷한 연구에 참여했던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욘 피쓰파트리크 동물학 부교수는 "유전자가 다양할수록 면역력이 강해진다"면서 "(난자가 유전적으로 다른 정자를 선호하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자손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스턴핀란드대의 유카 케켈레이넨 생명환경과 부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불임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케켈레이넨 부교수는 "30∼40%의 부부들은 불임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로)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정확한 불임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임은 병리학적 문제이면서도 진화 메커니즘에 영향을 받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다만 유전적으로 유사하더라도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 연구진은 난자를 싸고 있는 유사 알부민 액체인 난포액에서 특정한 남성의 정자를 유인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케켈레이넨 부교수는 "난자들은 원하는 정자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면서 "수수께끼 같은 난자의 선택은 정자들이 질에서 미수정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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