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문제 캥거루족…伊 법원 "부모 부양의무 없다"

입력 2020-08-19 15:30
수정 2020-08-19 16:22
전 지구적 문제 캥거루족…伊 법원 "부모 부양의무 없다"

35세 '캥거루족' 자녀와 부모 5년간 소송

이탈리아 부모 부양 요구 소송만 수십만건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이탈리아에서 부모들은 성년이 된 자녀를 재정적으로 부양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시간제 음악 강사로 일하는 35세 남성이 2만 유로(약 2천800만원) 상당의 연봉으로는 생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부모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구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CNN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무려 5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는데, 앞서 1심에서는 부모가 캥거루족 자녀에게 매달 300유로(약 42만원)의 용돈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캥거루족 자녀의 요청을 사실상 기각함과 동시에 1심 판결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장코라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부모의 자녀 부양 의무를 주장한 원고에게 "자립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코라 판사는 "신체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자녀는 법적 보호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모의 재정적 지원은 무한정 이어질 수 없다"고 썼다.

그는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원고의 주장도 변명이 될 수 없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성년) 자녀는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잔 에토레 가시니 이탈리아 결혼 전문 변호사 협회장은 이번 판결이 "젊은이들의 자립을 장려하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가시니 협회장은 "유사 소송이 수십만 건에 달한다"면서 "이혼 소송 3건 중 1건이 성인 자녀의 경제적 지원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이탈리아 내 '40대 어린이'의 끊임없는 경제적 지원 요구를 방지하기 위한 제한선을 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30~40대를 일컫는 '밤보치오니'(bamboccioni·큰 아기)라는 명칭이 등장할 만큼 만연한 캥거루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의 지난해 집계에 따르면 18~34세 청년 중 64.3%가 여전히 부모와 한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6.5%는 학생이며, 38.2%는 취업했지만 23.7%는 구직 중이다.

또 15~24세 청년의 실업률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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