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 전대] 전면등장 아내 질…바이든 움직이는 '파워우먼' 스포트라이트(종합)

입력 2020-08-19 06:28
[미 민주 전대] 전면등장 아내 질…바이든 움직이는 '파워우먼' 스포트라이트(종합)

'조용한 내조' 탈피, 대리인·참모·막후실세·보디가드 1인다역…세컨드레이디 경험

근무하던 교단서 전대 연설…바이든 당선시 '본업' 대학교수인 첫 퍼스트레이디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퍼스트레이디 될 준비가 돼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69) 여사가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 차인 18일(현지시간) 마지막 연사로 전면에 나서면서 그의 역할론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여사는 '본업'인 대학교수 역할을 잠시 물리고 선거전에 뛰어든 상태로 남편 바이든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린다. 퍼스트레이디가 될 경우 '조용한 내조'에서 벗어나 보다 왕성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내다봤다.

바이든 여사는 이날밤 찬조 연설을 1990년 초반 자신이 영어를 가르쳤던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고등학교에서 라이브로 진행한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여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르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나"라며 교직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뒤 "나는 나의 예전 교실에서 오늘 밤 전대 연설을 할 것"이라며 '브랜디와인 고등학교 232호'라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질 바이든은 마침내 퍼스트레이디가 될 준비가 돼 있다. 그녀가 남편이 트럼프를 물리치는 것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이든 여사에 대해 조명했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로 최종 낙점하는 과정을 비롯, 남편의 중대 의사결정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막강 파워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후보 20명을 면접 대상인 11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도 부인 바이든 전 여사의 '입김'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WP는 전했다. 검증과정에서 상당수 부통령 후보자들은 바이든 여사와 직접 화상 대화를 갖기도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해리스 낙점 소식을 부통령 선정위원회측에 통보한 것도 바이든 여사였다고 한다.

바이든 여사는 남편의 앞선 1988년, 2008년 대권 도전 때에 비해 훨씬 더 적극적 역할을 자임한 모양새이다.

WP는 바이든 여사가 8년간 '세컨드 레이디' 생활을 하긴 했지만, 이번 전대 연설은 유권자들에 대한 '재소개'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WP가 내다봤다. 잠재적 퍼스트레이디로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여사는 선거운동 기간 남편의 강력한 대리인이었으며 때로는 무대 위를 기습한 시위자들을 몸으로 막아내는 '즉석 보디가드' 역할을 직접 하기도 했다고 CNN, WP 등이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활동공간이 윌밍턴의 자택으로 상당부분 제한되면서 고위 참모들 대신 물리적으로 남편 곁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아지면서 '참모' 역할도 자연스레 강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막후 실력행사까지 그야말로 '1인다역'을 소화해온 셈이다.

WP는 바이든 여사가 현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보다는 훨씬 더 대중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캠프내 교육 관련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기도 했던 바이든 여사는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NOVA)의 영작문 교수이다.

남편의 부통령 시절에도 '세컨드 레이디'는 부업이었다.

바이든 여사는 남편 선거 지원에 올인하기 위해 1981년 딸 애슐리가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올해 휴직했다.

바이든 여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고 해도 나는 계속 가르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CNN이 전했다. 이 말대로 학교로 돌아간다면 바이든 여사는 백악관 안주인 외에 다른 '본업'을 가진 첫 번째 퍼스트레이디 사례가 된다.

77세의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8살 밑인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두번째 아내이다. 바이든은 교통사고로 첫번째 아내와 사별한 뒤 초선의원 시절인 1975년 질을 만났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 6월 남편과 함께 백인경찰의 가혹한 폭력에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을 위로방문 했을 당시 플로이드의 어린 아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주면서 언제든 전화를 걸라고 했다고 한다.

남편의 '정적'들에 대해 '외교적 역할'을 해온 것도 그의 몫이었다.

지난해 6월말 TV토론에서 남편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해리스 의원이 연말 경선 레이스에서 낙마하자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에게 전화해 위로를 건넸고, 지난 4월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부인인 제인 샌더스와도 문자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눠왔다고 한다.

제인 샌더스가 남편에게 "나는 대통령으로는 당신을 찍겠지만 '퍼스트레이디'로는 질을 찍고 싶다"는 농담을 건넸을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화합과 치유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이 시점에서 바이든 부부가 다시 백악관을 공감능력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대선 관문부터 넘어야 한다고 WP는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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